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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개선 이끈 증시 호조…변동성 확대
16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외국계증권사 국내지점 포함)의 작년 순이익은 3조7872억원으로 전년대비 94%나 급증했다. 총자산순이익률(ROA)는 0.4%포인트 오른 0.9%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순이익 1조4541억원, ROA 1.5%로 순항 중이다.
증시 호황으로 거래대금, 신용거래가 급증했고 대형 증권사 위주 투자은행(IB) 부문 현금 창출력이 강화됐다는 평가다. 양호한 업황에 힘입어 유안타증권(003470)은 장기·단기 신용등급이 오른 것을 비롯해 한화투자증권(003530), KB증권, KTB투자증권(030210)은 등급전망이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됐다.
하반기에는 실적 개선을 든든하게 받치던 증시가 휘청하면서 사업기반 약화가 신용도 방향성의 주요 모니터링으로 꼽힌다. 코스피, 코스닥지수는 지난 한 달 동안에만 각각 4%, 7% 가량 떨어졌다. 미국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무역분쟁이 확대되고 국내 상장사 이익 우려가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위험자산 선호도가 약화되면서 5월 300조원(코스피+코스닥)에 달했던 증시 거래대금은 지난달 236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증권사 수익 개선에 일조했던 신용거래융자 역시 한 때 12조6000억원대까지 불었지만 현재 1조5000억원 정도 줄어든 상태다.
글로벌 증시 상승세에 크게 늘었던 파생결합증권의 관리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특히 올해 1분기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이 전체 70% 이상을 차지했는데 홍콩H지수가 꾸준히 하락세여서 증권사별 운용전략과 헤지 시스템을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올 들어 미국이 기준금리를 두차례 인상하면서 국내 금리 역시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시중금리 상승은 증권사의 보유 채권 평가손실은 물론 조달 비용 증가를 부를 수 있어 업황에 부정적 요소다. 증권사 자체 헤지·듀레이션 관리와 ELS 기초자산 다양화로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력을 제고한 점이 실적 안정성을 지지할지 여부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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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발채무 현실화 등 예기치 않은 손실 발생 여부도 하반기 지켜봐야 할 주요 사안이다. 우선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 보증과 연계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가장 큰 이슈다. 한화투자증권이 중개하고 현대차투자증권·유안타증권 등 5개 증권사가 인수한 해당 ABCP는 금액으로 1150억원 규모다. 2분기 손실로 인식할 경우 익스포저가 500억원으로 가장 큰 현대차투자증권, 작년 순이익의 10배가 넘는 200억원을 인수한 BNK투자증권은 연간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항이다.
늘어나는 우발채무도 체크해야 한다고 신용평가사들은 제언했다. 지난 2~3년간 증권사들이 자기자본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증권업 전체 자기자본 규모는 2016년 47조7000억원에서 올해 3월 말 53조8000억원까지 늘었다. 하지만 우발채무 증가세로 총위험액대비 영업용순자본 비율은 같은기간 353%에서 275%로 하락했다. 자본확충에도 자본적정성 지표는 오히려 저하된 것이다.
정부의 규제와 주택 공급 증가로 부동산 경기 하락 기조가 나타나면서 부동산 투자 비중이 컸던 증권사들의 우발채무 현실화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판단이다. 이혁준 NICE신용평가 연구원은 “우발채무 유형 중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신용공여 비중이 72.5%로 높아 현실화 시 자산건전성에 직접 악영향이 될 것”이라며 “자기자본대비 우발채무 규모와 신용공여형 비중 등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