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공개매수 규모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20년 6건에 불과하던 공개매수 건수는 △2021년(12건) △2022년(7건) △2023년(18건) △2024년(28건)까지 증가세를 보이는 중이다. △인수합병(M&A) △경영권 안정 △지주사 전환 △상장폐지 △주주가치 제고 목적의 공개매수가 늘어나는 가운데 올해는 고려아연(010130)과 영풍정밀(036560) 등 대형 딜의 등장으로 사상 최대 호황을 맞이했다.
공개매수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NH투자증권의 독주 체제도 흔들리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들어 진행된 24건의 공개매수 중 16건(2조6885억원)을 주관하며 건재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금액 기준 점유율 49.6%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과반 점유율을 내어줬다. NH투자증권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 손잡은 사이 다른 경쟁사들이 맹추격에 나서면서다.
고려아연 측 공개매수 파트너로 나선 KB증권(2건·1조1335억원)과 미래에셋증권(2건·1조819억원)은 각각 20.91%, 19.9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하나증권(1건·357억원), 대신증권(1건·252억원) 등은 공개매수 첫 주관 업무를 따내며 마수걸이 딜에 성공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연내 온라인 청약 시스템을 구축해 내년 시장 공략을 노리고 있다. 현재 온라인 청약 시스템을 마련한 증권사는 NH·한투·삼성·KB증권 등 4곳에 불과하다.
다만 공개매수 시장이 커지면서 부작용 우려도 나온다. 내부 정보 유출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정 회사와 공개매수나 인수금융 등의 주관 업무를 맡은 증권사 임직원은 해당 회사의 주식을 매매할 수 없는데, 이점을 이용해 주식 매매가 막히는 시점과 주관 업무 공표 이전의 시차를 노려 선행 매매에 나서는 식이다. 실제 올해 들어 쌍용씨앤이, 커넥트웨이브, 락앤락(115390) 등 다수의 공개매수 거래에서 사전 매매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향후 의무공개매수 제도가 도입될 경우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 거래에 대한 감시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도 지난달 9월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관련해 “공개매수자·대상회사 등 관련자들은 공정 경쟁 원칙을 준수하는 한편 공개매수 과정에서 제반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