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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여름철 장마나 태풍은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의 주범으로 꼽힌다. 지난해 손보사 9곳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1~6월 70% 후반대에서 80% 초반을 오가다, 장마가 시작된 7월 86.7%, 8월 87%로 확 뛰었다. 올해 5월 누계 기준으로 국내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3.9%로, 1년 전보다 4.23%포인트 상승했다. 장마철 시작 전부터 이미 적자 구간에 진입한 셈이다. 통상 보험사의 손익분기점은 80% 내외다.
역대급일 것으로 예상하는 올여름 폭염도 변수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에 따르면 여름철(6~8월) 동안 발생한 교통사고 23만 3000건을 분석한 결과 폭염으로 발생하는 타이어펑크 사고는 기온이 30도 이상일 때가 그 이하일 때보다 66% 증가했다. 덥고 습한 날씨로 노면이 달궈지면서 열이 타이어로 전달되는 스탠딩 웨이브 현상(타이어 접지부에 열이 축적돼 타이어가 터지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불쾌지수 80 이상인 날 발생한 사고 5건 중 1건은 하루 중 기온이 가장 높은 시간대인 오후 2~4시 사이에 일어났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기온 1도가 오를 때 교통사고 접수도 평균 1.2% 늘어난다고 발표했다.
폭염은 자동차보험뿐 아니라 가축재해보험, 농작물재해보험 등 자연재해보험의 손해율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폭염일수와 손해액 간 상관관계는 밀접한 모습을 보인다. 보험개발원이 발표한 ‘폭염과 관련 있는 가축재해보험 최근 5년간(2018~2022년) 실적’을 분석한 결과 가금류와 돼지의 폭염 상관계수(폭염일수와 손해액 간 상관관계)는 각각 98.6%, 95.4%로 나타났다. 특히 기상 관측사상 가장 폭염일수가 많았던 2018년 수치를 살펴보면 돼지·가금류의 손해액은 각각 910억원, 504억원으로 가장 높은 손해액을 기록했다. 폭염일수가 7.7일로 낮았던 2020년 손해액은 각각 283억원, 85억원으로 급감하는 등 폭염일수와 손해액 간 상관관계가 높았다.
한 대형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최근엔 일부 지역 강수량이 폭발적으로 치솟는 등 기상 변화가 국소적으로 일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업계가 합심해 피해 사전 예방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다만 집중호우·태풍·폭염 등 계절적 요인이 자동차보험과 자연재해보험 손해율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상기후에 따른 손해율 악화는 보험사 입장에서 관리가 굉장히 까다로운 영역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