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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크라, 전쟁 끝내기 위한 조건 놓고 본격 협상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이달 말 터키 이스탄불에서 평화협상을 열 예정이다. 오는 28일 혹은 29일에 시작해 30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래 총 4차례 평화협상을 진행했다. 지난달 28일과 이달 3일, 7일 세 차례 대면 회담을 했으며, 14일부터는 화상회의 방식으로 4차 회담을 이어왔다. 양측이 예정대로 이번주 터키에서 대면 회담을 개최하면 5차 회담이 된다. 이와 별개로 지난 10일 터키 남부 휴양지 안탈리아에서 개전 이후 처음으로 장관급 회담을 개최한 바 있다.
지난 회담에서는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적 통로 개설에 대한 합의 외에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번 회담은 분위기가 다소 다르다는 관측이다. 양측이 온라인 협의를 통해 주요 안건에 대한 이견을 좁힌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우선 핵심 의제인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시도 철회와 관련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언론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 △비핵보유국 지위 △안보보장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 허용 등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양측 모두 피해가 막대하다는 점도 협상에 절박성을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우크라이나 공항·의료시설·교육기관 등 사회기반시설이 파손되며 24일 기준 약 630억달러(약 77조원) 규모의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 등의 금융·무역·개인에 대한 고강도 제재와 개별 기업들이 러시아 사업 철수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회담 장소가 양측에 모두 우호적인 터키라는 점도 회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앞선 대면회담은 러시아의 우방인 벨라루스에서 열려 우크라이나가 문제 제기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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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반도·돈바스 등 영토문제가 뇌관…중립국화도 난제
다만, 막상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세부적인 부분에서 입장이 엇갈리며 양측이 대립각을 세울 공산도 크다. 이미 서방과 러시아의 대결로 비화한 이번 전쟁에서 당사국간의 협상으로 해결을 보기 힘들다는 점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28일 “지금까지 중요 사안에서 성과를 내거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라며 “현재로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회담도 없을 것”이라고 밝혀 협상을 앞두고 찬물을 끼얹었다.
가장 민감한 문제는 영토와 관련된 부분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친러 반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 지역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와 타협을 원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에 따르면 러시아는 일부 점령지역을 분리해 우크라이나를 둘로 쪼개는 이른바 ‘한국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장은 이날 러시아가 동부와 남부의 영토를 분리해 러시아의 영향력 하에 놓으려 한다며 “이는 우크라이나에 남북한을 만들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타협을 거론하긴 했지만 이는 자국 영토를 눈 뜨고 빼앗기는 것으로 우크라이나로서는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 관련해서도 나토 가입을 포기하는 선에서 러시아가 물러설지 의문이다. 전쟁 발발 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서방의 영향력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 유럽연합(EU) 고위 관계자는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부를 재조직하려고 한다면서, “앞으로 며칠 혹은 몇 주 안에 외교적 해결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 지난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휴전에 합의하더라도 서방은 향후 러시아 침략자들에게 당하지 않도록 우크라이나가 무장을 강화하는 것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한달이 넘어가도록 주요 도시를 한곳도 함락하지 않으면서 전략을 바꾸는 모양새다. 애초 목적이 돈바스 지역의 해방이었다고 주장하면서 수도인 키이우를 포기하고 돈바스와 크림반도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인 마리우폴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러시아군의 무능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피하면서 실현 가능한 목표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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