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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브렉시트 무역협정이 올해 1월1일부터 발효됨에 따라 영국 외 국가의 거래소에 상장된 주식들을 더 이상 런던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없게 됐다. 이날은 브렉시트 이후 처음으로 금융시장이 개장한 날로, EU가 영국과의 무역협상에서 런던에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지위를 부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결과다.
WSJ은 “프랑스 파리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루이비통,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저스트이트 등과 같은 주식들을 더는 런던 증권거래소를 통해 거래할 수 없게 됐다”며 “우회 거래가 허용됐던 전환기간이 지난해 말로 종료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유럽, 터코이스, 아퀴스 거래소 등 유로화 표기 주식들을 거래하던 런던 내 거래소들은 브렉시트에 대비해 이미 지난해 말 유럽 각지에 새 거래소를 설치한 상태다. CBOE의 경우 유럽 주식 거래량의 약 90%를 암스테르담으로 이전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CBOE에 상장된 EU 기업 주식이 암스테르담 거래소에서 거래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아퀴스는 사실상 모든 거래를 파리로 옮겼다. 런던증권거래소(LSE) 그룹이 경영권을 가진 터코이스 역시 유로화 표기 주식거래 대부분이 암스테르담으로 이전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런던에서 거래됐던 EU 기업들의 주식 가운데 약 60억유로(한화 약 7조 9800억원)가 유럽 시장으로 옮겨갔다고 FT는 전했다. 이는 유럽 각지의 거래소 전체 물량의 약 6분의 1 수준이다.
런던의 금융허브 위상이 곤두박질칠 것이라는 우려도 한층 확대했다. 주식 거래가 런던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사업 분야는 아니지만 영국 정부 입장에선 대규모 세수입 감소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외신들은 설명했다.
대부분의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런던을 근거지로 삼으면서, 이곳에서 거래된 EU 주식은 한때 전체 물량의 30%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퀴스의 알라스데어 헤인스 최고경영자(CEO)는 “매우 이례적인 날이었다. 유동성 이동은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라며 “런던은 유럽 주식 사업을 잃었다. 이는 기업들이 상장할 때 EU 내 거래소에 상장토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고 평했다.
영국과 EU가 3월까지 금융부문 협상을 진행하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할 계획이지만, 기존의 법률보다 강제력이 떨어져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특히 EU는 유로화 표기 자산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자본조달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경제적 활동인 만큼 런던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EU 각국의 규제당국은 이날도 EU와 영국 간 관할이 명백히 달라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영국에 근거지를 둔 신용평가사 6곳, 파생상품·주식 거래 공식 데이터를 제공하는 4개 업체 등록을 취소했다. EU 기업과 투자자들은 앞으로는 EU에 근거지를 둔 신용평가사, 거래 정보 제공업체 등을 이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