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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취득·처분 지배주주 이익 위해 남용…제도 개선해야"

이용성 기자I 2023.02.23 18:15:41

자본시장연구원, '자사주와 투자자 보호' 세미나
'자사주 마법' 비판 잇따라
'주주환원 목적'…7년간 처분 4%대
"부의 배분 왜곡 발생…규제 체계 필요”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자사주 취득과 처분이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 환원 수단으로 사용되기보다는 지배 구조를 바꾸는 등 지배 주주의 이익에만 남용되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됨에 따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각계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자본시장연구원 측이 23일 오후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자사주와 투자자 보호 정책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이용성 기자)
자본시장연구원은 23일 오후 ‘자사주와 투자자 보호’라는 주제로 정책 세미나를 열고 현재 기업들이 행하는 자기주식 취득과 처분 등을 짚고 주주 환원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입을 모았다. 특히 인적분할 과정에서 지배주주의 출연 없이 자사주 취득과 처분만으로 지배구조가 바뀌고 결국 지배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자사주 마법’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해당 정책세미나에는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 원장과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비롯해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김이경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 김춘 한국상장사협의회 기업법제팀장, 송민경 한국ESG기준원 선임연구위원, 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가 참석했다.

자사주 매입은 배당과 함께 주주 환원의 통로로 알려져 있지만, 기업들이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면서 변질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2015년부터 2022년 5월까지 자사주 관련 공시를 분석한 결과, 직·간접 자사주의 취득 목적이 ‘주가안정과 주주 가치 제고’가 각각 90%를 넘었지만, 실제로 자사주 소각 등 주가 안정과 주주 환원을 위해 처분하는 경우는 4%대로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주주 환원을 위해 자사주 취득 후 소각을 의무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법으로 강제하면 기업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고 경영 자율권 침해의 소지도 크다는 이유로 판단을 거뒀다.

이에 대해 강 연구원은 “국내 규정상 자기 주식을 취득하고 나서 취득한 목적을 규정하게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기업이 자사주 취득 시에 밝힌 ‘주가 안정 및 주주 가치 제고’가 어느 정도의 신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자사주의 대부분은 소각되지 않고 산에 보유되거나 처분되고 있고, 회사의 결정에 따라 처분 상대방과 처분 방법이 정해지기 때문에 주주 평등 원칙을 위배하고 투자자 이익을 침해한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직접 처분 등에 대해 규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자사주 마법으로 최대주주는 아무런 출연 없이 지배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되고 부의 배분이 왜곡된다. 이는 지배주주의 자기주식 남용행위”라며 “주식의 자산성을 인정하더라도 지배력 및 부의 배분에 왜곡을 일으키는 행위는 차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자기주식은 경제적으로 자산으로 볼 수 없고, 회계적으로도 자산으로 취급하지 않으나 자기 주식의 자산성을 인정하는 법령과 판례를 근거로 자사주에 대한 분할 신주 배정을 합리화한다. 자기주식을 미발행주식이나 소각된 것으로 간주해 자기주식에 대해 분할 신주를 배정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지배주주의 이익을 도모하고 있는 자사주 마법을 제한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하며 근본적으로 자기주식의 경제적 실질에 부합하는 일관된 규제 체계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각계 전문가들이 자기주식 취득 처분과 관련 의견을 교환했다. 김 교수는 “미국의 경우처럼 자사주 소각 의무화할 것이 아닌 매입하자마자 시가총액에서 매입한 만큼을 빼야 한다”며 “재매각할 때는 신주발행에 준하는 절차적 통제를 하면 자사주 마법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시가총액에서 자사주를 제외한다고 해서 지배주주가 자사주를 보유할 유인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라며 “자사주 마법과 상호 자사주 교환 등을 모두 막으려면 자사주 의무 소각을 고려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사주 의무 소각화는 굉장히 강한 방식이라 비판이 많지만, 공정거래법, 상법 등 사방에 퍼져 있는 다른 법을 바꿀 필요 없다”며 “행정비용 관점에서 어느 것이 더 이익인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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