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국제 에너지 요금 불확실성이 최소 3년은 이어질 전망인 만큼 미리 전기요금을 현실화해 전 국민적 에너지 절약 노력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발 더 나아가 한국전력(015760)공사(한전) 등 몇몇 공기업이 정부 통제 아래 진행 중인 현 에너지 공급 체제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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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발표자로 나선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학장은 “전 세계는 에너지 위기인데 우리는 국민에게 아무런 (가격) 신호를 주지 않고 있다”며 “소비자에게 아무런 가격 신호를 주지 않은 채로 6월이 돼 더워지게 된다면, 일반 가구는 7월께 전월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전이 최악 위기를 맞으며 정부가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했으나 당정(정부·여당) 협의 끝에 이 결정을 잠정 연기한 결정을 지적한 것이다. 당정은 서민 생활 안정을 이유로 지난달 31일 결정을 연기한 바 있다. 유 교수는 그러나 정부가 지금 요금 신호를 주지 않는다면 더 큰 위기, 국가적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전력 생산의 30%, 취사·난방용 연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천연가스 공급은 2026년이 돼야 늘어난다”며 “국제 에너지 수급 상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조기에 끝나더라도 3년은 이어진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야가 힘을 모아 국민에게 에너지 위기임을 알리고 취약계층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할 상황인데 아쉽게도 네 탓 공방에 몰두하는 상황”이라며 “취약계층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할 한전은 기초 체력마저 부족해지며 대책 마련에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작년 상향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0 NDC) 이행을 위해서라도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의 판단이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2030 NDC의 법제화로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강화되면서 결국 에너지요금 인상을 비롯한 각종 비용 부담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지금까지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하면서) 현 상황에 이를 걸 몰랐다는 게 놀랍다”며 국회와 정책 당국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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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전문가는 당장의 요금 인상 필요성에서 더 나아가 정부의 강력한 통제 아래 있는 현 전기·가스요금 결정 체제를 정부와 독립한 규제기관 설립 등을 통해 시장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치권 관계자도 이 같은 필요성에 대체로 공감했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국회 산중위 여당 간사)은 “현 글로벌 에너지 위기는 ‘에너지 전쟁’이라는 표현이 쓰일 만큼 현 대한민국이 당면한 해결 과제가 됐다”며 “1973년 에너지(석유)파동이라는 과거 사례를 교훈 삼아 현재의 에너지 정책을 다시 되돌아봐야 할 때”라며 “에너지는 93%를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필수재인 만큼 안정적 공급과 합리적 가격을 위한 정책을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은 “3년은 이어질 세계적인 에너지 한파 속 지금 전기·가스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한전의 적자와 무역수지 증가로 우리가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며 “빠른 시간 내 요금 인상을 결정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정부 재정 투입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