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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달 초 발표할 예정인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승용차 개소세 인하 연장 방안을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자동차 개소세 인하 연장은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018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1년 6개월간 개소세를 5%에서 3.5%로 1.5%포인트 인하했다. 또 지난 2월말 코로나19 사태가 오자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내면서 오는 6월 말까지 개소세를 5%에서 1.5%로 3.5%포인트 인하했다. 소비자들이 최대 143만원까지 싸게 승용차를 살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세금 인하 효과는 시장에서 곧바로 나타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동차 통계월보에 따르면 올 1~2월 국산차의 내수판매는 18만2133대로 전년 같은 기간(22만2691대)보다 18.2% 줄었다. 이 기간엔 개소세 인하 혜택이 없었다. 반면 인하 혜택이 생긴 3월에는 15만1516대가 판매돼 전년 같은 기간(13만8849대)보다 9.1% 늘었다. 4월에도 14만5558대가 팔려 전년 같은 기간(13만6809대)보다 6.4%가 증가했다. 수입차 역시 1~2월엔 3만4365대 판매로 전년 같은 기간(3만4083대)보다 0.8% 느는 데 그쳤으나 3~4월엔 4만3249대가 팔리면서 전년(3만6297대)보다 19.2%나 늘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는 가운데 내수 판매가 증가하는 것은 개소세 인하 효과가 크다고 분석하면서 7월부터 개소세 인하 혜택이 사라지게 되면 자동차 판매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금 인하 혜택이 없어지는 것을 소비자들은 가격 인상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이는 곧 소비심리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시장이 크게 위축돼 있는 상황에 그나마 살아 있는 내수시장 마저 흔들리게 되면 자동차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실제 승용차 수출은 이달 1~20일까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8.6%나 줄었다. 지난달 감소율 35.6%보다 감소 폭이 더 커졌다. 그야말로 ‘판매절벽’에 부닥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해외시장의 ‘판매절벽’ 사태가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국가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고, 코로나19 상황이 잡히더라도 소비회복으로 이어지기까진 시간이 걸린다는 분석이다. 국내 자동차산업이 연말까지 내수시장에만 기대어 버텨야 한다는 얘기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우리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수요절벽과 공장 가동중단, 매출감소로 큰 위기에 처해 있다”며 “수출이 좋지 않을 때는 내수시장을 지켜야 한다. 개소세 인하 기간 연장과 공공부문 차량 조기 구매 등 정부가 내수를 살리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