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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급등이 금리인하 제동…작년과 올해 성장률 하락할 듯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보면 한은의 양대 책무인 물가와 금융안정에 대한 경계감이 이전에 비해 높아진 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급격하게 오른 환율 때문이다. 미국의 차별적인 고(高) 성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 효과 등을 반영하며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비상계엄 사태가 초래한 정국 불안까지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은 1480원대까지 고점을 높여 놓은 상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환율 수준의 영향을 과거에는 작게 봤다면 지금은 정상적인 상황보다는 환율이 과도하게 올라간 상황”이라며 “높아진 환율이 물가라든지 특히 우리 내수에 미치는 영향, 이런 것들의 영향을 유의해야 되는 그런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환율 수준이 (국내) 정치적인 이유에서 많이 올라간 부분이 있어 우리 펀더멘털과도 괴리가 있고, 여러 정치적 불확실성이 많아서 대외에서 우리를 보는 시각이 굉장히 불안해 우리 대외신인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와 비용 상승 요인으로 내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환율이 너무 급격하게 오르는 것은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는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미 신행정부의 정책 변화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도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금통위의 판단이다. 보편 관세 부과와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교역 환경 위축 등은 국내 수출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관세 정책 완화나 반사 이익을 기대하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내릴 경우 외환 시장의 변동성을 큰 폭으로 확대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침체되고 소비와 건설투자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경기 하방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점은 우려스러운 요인이다. 이 총재는 “내수가 예상보다 많이 떨어지고 있는 중”이라며 “작년 4분기 성장률이 지난달 예상했던 0.4%가 아니라 0.2%나 그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은은 이에 수정경제전망을 제시하는 2월에 앞서 성장률을 재조정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4분기는 이미 계엄의 영향으로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지만, 올해 1분기 이후로는 정부 재정정책과 정치 프로세스의 정상화 과정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이 총재는 덧붙였다. 그는 “정치와 경제의 분리를 주장하지만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 줄 알고 있다”면서 “가능한 한 최대한 독립적으로 해서 경제가 정치와 관계없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 금리 인하는 언제…시장에선 2월 인하 확실시하지만
금통위의 이달 금리 동결 결정에도 시장에서는 2월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분위기다. 대부분의 시장 전문가들이 이번 동결을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숨고르기’ 내지는 ‘1월에 할 금리 인하를 2월로 미룬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위원은 “내수와 성장 등을 생각하면 이번 동결 결정에 아쉬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금리 인하의 방향성은 분명히 했다고 본다. 2월에는 인하를 재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환율이 워낙 변동성이 큰 흐름을 보이고 있고 미국 신정부 출범이라는 큰 변수가 2월 금통위 전에 있어 예단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상황에선 어떤 것도 분명히 말하기 힘들다”며 “잠시 고려 요인에서 빠져 있는 가계부채도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고, 환율도 수준을 떠나 변동성이 확대될 여지가 있어 다음달 결정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통위는 이날 중소기업에 저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중개지원대출(금중대) 한도를 현행 9조원에서 14조원으로 증액하고, 증액분 5조원의 80%를 지역 본부에 우선 배정하기로 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환율이 급등하는 등의 어려운 기업 환경을 감안한 결정이다. 지원 대상은 자영업자를 포함한 서울 및 지방 소재의 저신용 중소기업이다. 전 업종을 대상으로 하되 주점업, 부동산업 등의 일부 업종은 제외된다. 이 총재는 “이번에 새로 들어간 5조 원으로 저신용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 주는 이자 부담 경감 효과는 한 900억원 정도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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