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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피해 공장 옮길까…중견기업계, 이전 카드 ‘만지작’

김경은 기자I 2025.04.09 16:10:21

“고관세 부과 국가 피하자”…공급망 재편 움직임
바디프랜드, 중국 벗어나 생산기지 이전 검토
한세실업, ‘메이드 인 USA’ 확대 등 물량 조정
‘유턴기업’ 지원한다지만…중견·중소 투자여력 부족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發) 관세전쟁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중견기업계에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일고 있다. 중국, 베트남 등에 주로 진출한 중견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관세 부담이 적은 국가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거나 생산량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생산시설 구축과 인증 절차 등에 시간 및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공급망 재편 결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AFP)
중국서 생산해 미국 수출…바디프랜드 “생산기지 이전 고려”

9일 업계에 따르면 바디프랜드는 중국을 벗어나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바디프랜드는 자사 안마의자 대부분을 중국에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제조하는데 미국과 중국이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위험을 낮추려는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중국에 대해 34%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20% 관세를 더하면 미국에서 수입하는 중국산 제품에는 총 54%의 관세가 부과된다. 이에 맞서 중국이 동률의 보복조치를 가하자 미국은 50%의 추가관세를 예고했다. 이전 관세까지 포함하면 중국에 대한 관세율은 104%가 된다.

바디프랜드의 대미 수출액은 지난해 80억3766만원으로 최근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에 이어 2위인 주요 판매국이다. 미중간 관세 전쟁으로 중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미국 수출 장벽이 높아지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트럼프 관세 시행 이전에 미국 현지 법인을 통해 충분한 재고를 확보해 당장의 어려움은 피한 상황”이라면서도 “관세를 감안해 현지 판매가격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중간 관세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에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마사지 체어의 관세 부과에 따른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며 “제3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트남서 절반 생산하는데…한세실업, ‘메이드 인 USA’ 확대

한세실업(105630)은 베트남 등 고관세 부과 대상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세실업은 의류를 제조해 주로 미국에 수출하는 OEM 및 ODM(제조자개발생산) 패션업체로 베트남 생산 비중이 전체 생산량의 약 50%를 차지한다. 미국이 베트남에 46%에 달하는 고관세를 부과하면서 손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세실업은 생산기지별 물량 조정 등으로 대응에 나선다. 베트남 외에도 6개 국가에 현지 생산법인을 두고 있어 유연한 공급망 전략 구축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특히 관세가 10%로 낮은 편인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등에 위치한 공장으로 생산 물량을 옮기는 방안을 구상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인수한 미국 텍솔리니 섬유 공장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친트럼프 국가인 엘살바도르 등 중미 지역에 신규 법인을 설립하고 생산라인 증설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며 “내년 상반기 본격 가동하는 과테말라 미챠토야 프로젝트도 신속하게 진행해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민첩하게 대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텍솔리니 공장을 통해 트럼프 정부가 선호하는 ‘메이드 인 USA’ 물량을 늘릴 것”이라며 “한세실업은 다양한 국가에 생산 거점을 확보해 관세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어 바이어가 부담할 한세실업 제품의 미국 내 평균 관세율은 다른 경쟁사들 대비 상대적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생산량 조절이 아닌 생산기지 이전은 쉽지 않은 문제다. 중견·중소기업은 인건비와 생산비 등을 고려해 아시아 국가를 생산거점으로 삼은 경우가 많은데 또 다른 생산거점을 마련하는 데 투자할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서다. 이에 정부는 국내로 돌아오는 ‘유턴 기업’에 대한 보조금을 확대하기로 하고 다음 달 세부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플라스틱 패널 제조 중소기업인 I사 대표는 “정부가 생산시설을 다른 국가로 이전하면 보조금을 준다지만 쉽지 않다”며 “막대한 비용을 들여 투자할 수 있는 중소기업이 얼마나 되겠나”라고 푸념했다.

트럼프 관세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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