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전 거래일보다 700원(1.24%) 내린 5만 59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에만 5.57% 하락했다. 8거래일 연속 5만원대에 머물며 이제는 아예 5만전자에 안착하는 모습이다.
외국인의 매도세도 거세다. 지난 9월 초부터 33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지난 23일 513억원 수준으로 줄었던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24일 6564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이날도 3233억원에 이르렀다. 33거래일간 매도 규모는 무려 12조 3954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인공지능(AI) 붐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밸류체인에 소외되자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달 초 3분기 어닝쇼크까지 주가 하락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을 9조 1000억원으로 공시했고, 이는 국내 증권사들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예상 평균치) 10조 7717억원을 15.52%나 밑돌았다.
충격적인 실적에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며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저희에게 있다”며 이례적인 사과문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삼성전자와 함께 반도체 투톱이라 불리는 SK하이닉스(000660)는 HBM 밸류체인과 호실적을 바탕으로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전날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매출 17조5731억원, 영업이익 7조3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6조7628억원)을 웃돈 수준이다.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2018년 3분기(영업이익 6조4724억원)의 기록을 크게 뛰어넘는 기록이다.
이에 SK하이닉스(000660)는 전 거래일보다 2800원(1.41%) 올라 20만 1000원에 마감했다. 7월 말 이후 약 3달만에 20만원대의 종가를 회복한 것이다. SK하이닉스의 목표가를 반토막(26만→12만원) 냈던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마저 “우리의 평가가 단기 전망이 틀렸다”며 잘못된 전망을 인정하고 목표가를 기존 12만원에서 13만원으로 상향했다. 물론, 현재 주가보다 낮은 목표가를 제시한 것이지만 모건스탠리의 태도가 바뀐 점은 주목할만하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와 비교되는 주가의 방향 속에 삼성전자 투자자들의 고민만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본격적인 실적 개선이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가 개발되는 내년 이후부터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최근 낙폭은 다소 과도한 만큼 저가 매수의 기회라는 분석은 꾸준히 나온다.
서승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파운드리 대형 수주와 기술경쟁력 제고, 주요 고객사(엔비디아)에 5세대 HBM 공급 본격화가 주가 상승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현재 주가가 12개월 선행 실적 기준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 1.0배까지 내려간 만큼, 저점 매수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의 삼성전자 집중 매도세가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라며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들의 역대급 순매도 및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는 인식이 부상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