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에서 곱창구이집을 운영하는 오경선(64)씨는 18일 오전 가게 2층 청소에 여념이 없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만 해도 방송 ‘먹방 효과’로 1~2층 테이블 29개에 100여명이 꽉꽉 들어찼을 정도로 인기 많았던 가게지만, 손님 급감에 닫아뒀던 2층엔 묵은 때가 끼어 있었다. 오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손님이 없어서 가게 2층을 2년 넘게 놀려뒀는데 이제 단체 손님도 맞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원래 영업시간인 새벽 1시까지 장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2년1개월 간 진행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18일 자영업자들은 매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미소 지었다. 대면 수업은 물론 교내 교류가 어려웠던 이른바 ‘코로나 학번’ 등 대학생들도 들뜬 분위기였다. 다만 재택근무가 종료되고 정상 출·퇴근에 들어간 직장인들 일부는 ‘일상복귀’에 한숨지었다.
|
벼랑 끝 심정이었던 자영업자들은 이제 한줄기 희망이 보이는 듯 했다. 성신여대입구역 인근에서 낮엔 돈가스를, 밤엔 호프집을 운영하는 최모(69)씨는 “술 손님이 뚝 끊겨서 임대료가 비교적 저렴한 이곳까지 밀려 이사왔다”며 “이제 그나마 손님들이 좀 오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거리두기 해제에 가장 큰 변화는 ‘단체 예약’이다. 성북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윤모(32)씨는 “거리두기가 풀린다는 소식에 지난주부터 단체 손님 예약이 잡히기 시작했는데 최근에 대학 동아리 30명 예약을 받았다”며 “거리두기 해제가 확실히 영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영업자들은 손님만 있다면 정해진 영업시간에 관계없이 장사를 하겠단 태세다. 2년여 동안 ‘까먹은’ 매출을 메우기 위해서다. 성신여대입구역 인근 코인노래방 주인인 임모(28)씨는 “자정까지였던 영업시간을 1시간 더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대문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32)씨도 “이제 곧 여름도 오고, 손님만 있다면 심야시간대에도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시름 없이 ‘본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단 반응도 있었다. 서대문구에서 국숫집을 하는 최모(45)씨는 “그동안 신경 쓸 게 많았는데, 이제는 국수만 잘 삶으면 된다”고 안도했다.
|
거리두기 해제에 대학가도 활기가 넘치기 시작했다. 당장은 중간고사 기간이지만, 다음 달 본격적인 축제 시즌을 앞두고 설렘이 가득 찬 분위기다. 고려대 산업경영공학부 18학번인 구경환(25)씨는 “복학생이라 과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는 모임을 기다려왔다”며 “시험 끝나면 가게를 빌려 과 학생들과 60명 정도 모이기로 했는데 매우 반갑고 설렌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 전기전자공학부 신입생 박모(20)씨도 “미뤄뒀던 학부 전체 모임이 5월 초에 잡혔다”며 “식당 2~3개를 대여해 과인원 180명이 단체로 모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인하대 18학번인 문모(25)씨는 “빨리 시험 끝내고 선후배들이랑 밤늦게까지 술자리도 갖고 싶고, MT도 가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대학가 상권도 들썩인다. 고려대 인근 치킨집 주인인 임모(49)씨는 “인원수 제한 해제가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다음 달 축제시즌에 40명 단체손님 문의가 왔다”며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고 있는데 잘 안 구해져서 손이 모자라면 가족들이 모두 나와서 일하려 한다”고 말했다.
다만 재택근무를 누리다 다시 ‘출근하는 월요일’을 맞은 직장인들중에선 일부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기업 직원인 김모(36)씨는 “오늘부터 전 직원이 출근한다”며 “출근에 2시간 가까이 걸리다보니 ‘시차 적응’이 안되는 느낌이었다”고 토로했다. 인천에서 서울 광화문 부근으로 출퇴근하고 있는 전모(32)도 “출근해서 사무실에 앉으니 벌써 퇴근하고 싶더라”며 “벌써 ‘전체 회식’ 이란 말이 나오고 대면 회의와 간담회 등 일정이 잡혔다”고 울상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