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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행은 지난해 12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3인(정계선·마은혁·조한창) 에 대한 임명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며, 그 근거로 “대통령 권한대행은 나라가 위기를 넘길 수 있도록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 전념하되,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 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고 밝혔다.
그는 “만약 불가피하게 이런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면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먼저 이루어지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 헌정사에서 단 한 번도 깨진 적 없는 관례”라고도 했다. 당시 국회 선출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한 국회 본회의 선출안 의결시 여당이던 국민의힘이 불참한 만큼 임명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韓, 작년 12월 “불가피하게 권한 행사시 여야 합의 있어야”
한 대행은 “대행이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 권한을 행사하기에 앞서 여야가 합의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법리 해석이 엇갈리고 분열과 갈등이 극심하지만 시간을 들여 사법적 판단을 기다릴만한 여유가 없을 때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헌법재판관 임명 요구에 대해 “불가피한 비상사태가 벌어지지 않는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 행사를 자제하고 안정된 국정운영에만 전념하라는 우리 헌정 질서의 또 다른 기본 원칙마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한 대행은 지난 8일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2인을 지명하고 국회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마용주 대법관,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뒤늦게 임명하며, 자신의 발언을 불과 103일 만에 정면으로 뒤집었다.
그는 “오늘 내린 결정은 그동안 제가 여야는 물론 법률가, 언론인, 사회원로 등 수많은 분들의 의견을 듣고 숙고한 결과”라면서 “저는 사심 없이 오로지 나라를 위해 슬기로운 결정을 내리고자 최선을 다했으며, 제 결정의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고 밝혔다. 자신의 과거 발언을 뒤집은 것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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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나며 한 대행이 지명한 헌법재판관 2인에 대한 임명 저지를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해달라고 당부했다.
민주 내부서 “대선용 탄핵 유발성 도발”
박찬대 원내대표도 “불과 4개월 만에 자신의 말을 싹 뒤집고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 권한 행사인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임명직에 불과한 총리의 헌법파괴 행위이자 제2의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한 대행이 12.3 비상계엄으로 파면 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내란죄 피의자인 이완규 법제처장을 지명한 것에 대해 “내란 세력의 헌법재판소 장악 시도”라며 “사실상 내란수괴 윤석열이 지명한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현희 최고위원도 “차기 정권 대통령이 임명해야 하는 헌법재판관 2명을 임시직 권한대행이 임명한 것은 명백한 차기 대통령의 권한 침해이자 헌법 위반 행위로서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완규 처장은 임기 중에 감옥에 갈 수도 있는 재판관 후보로서는 무자격자”라며 “한 대행은 꼭두각시에 불과하고 파면된 내란수괴 윤석열이 상왕 통치를 하는 격”이라고 맹비난했다.
한준호 최고위원은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한 대행의 권한을 넘어선 헌법재판관 임명은 위헌임을 알면서 자행한 대선용 탄핵 유발성 도발”이라며 “철회하지 않으면 그 책임은 반드시 무겁게 지우겠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국회 인사청문회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헌법소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탄핵소추안 추진에 대해선 대선 정국에서의 역풍 우려 등을 이유로 신중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