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發 뱅크런 우려에 금융권 비상대응…‘유동성 철저관리’(종합)

김나경 기자I 2024.12.04 14:02:48

금융지주 임직원, 계엄 선포 후 사무실 복귀
새벽 긴급회의 열어 ‘위기대응체계’ 가동해
銀 현장 큰 혼선 없어…영업점별 유동성 관리
저축銀·상호금융 등 돈 빠질라 모니터링 강화
환율 상승 달러 수요 몰려 ‘일시 중단’ 해프닝

[이데일리 김나경 양희동 김형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로 4일 새벽 환율 등 금융시장이 요동친 가운데 금융업계는 대규모 예금 유출(뱅크런)에 대비해 비상 위기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은행, 보험, 여신전문사 등 각 금융사가 정상적으로 영업을 이어가며 유동성 관리와 고객 응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은 특히 예금 이탈이 없는지 실시간 모니터링 중이다. 환율 상승,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시장이 요동칠 수 있는 만큼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당분간 비상 대응체계를 유지할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언했다 국회의 의결로 계엄을 해제한 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이날 거래를 시작한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사진=연합뉴스)
◇‘비상계엄’에 ‘비상모드’ 돌입한 금융권, 유동성 철저 점검

금융업계는 지난 1979년 이후 45년 만에 선포된 비상계엄 사태에 긴급회의를 열고 위기대응 체제로 전환했다. KB금융그룹은 양종희 회장 주재 긴급 임원회의를 개최해 금융시장 변동성 대응방안, 고객자산 리스크관리 강화와 대고객 소통 확대방안 등을 점검했다. 신한금융도 진옥동 회장 주재로 그룹위기관리위원회를 열고 그룹사별 자체 점검에 들어갔다. 하나금융은 함영주 회장 주재로 환율, 유동성 변동 사안 등 리스크 전반을 점검하는 긴급 임원회의를 진행했다. 우리금융 또한 임종룡 회장이 아침 긴급 임원회의를 소집해 고객 응대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금융그룹은 특히 유동성 리스크에 선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이 요동치면서 고객들이 현금을 찾거나 안전자산인 달러화를 대거 사들이는 과정에서 은행의 지급 여력이 급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시장 불안이 커지면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할 수 있다.

은행들은 영업점별 시재 관리 강화를 비롯해 ‘철저한 관리 모드’에 돌입했다. 우리은행은 조병규 행장이 직원들에게 서신을 보내 “금융시장 불안으로 현금 수요가 커질 수 있는 만큼 영업점별 시재 유동성 관리를 철저하게 해달라”며 “혼란스러운 상황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등 금융범죄와 사고도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은행들도 외화 유동성 관리, 내부통제 강화, IT보안사고 예방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과 달리 금융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이다. 평소와 같이 문을 연 은행 점포에서는 큰 혼선 없이 정상적으로 영업이 이뤄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울, 인천, 부산 등 각 지점에서 특이사항 없이 영업이 이어지고 있다”며 “현장에서의 큰 혼선은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나은행은 메시지를 내고 “현재까지 은행 유동성, 환전 수요 등에 특이사항이 없다”고 안내했다.

사진은 1일 서울 시내의 한 저축은행에 붙은 신용대출 상담 안내문. 2024.12.1 연합뉴스
◇2금융권 뱅크런 우려에 진땀…금융사 ‘환전 중단’ 해프닝도

새마을금고와 신협, 저축은행 등 2금융권도 밤새 비상근무에 돌입하며 돌발사태에 대비했다. 비상계엄 해제 이후 2금융권의 유동성 상황은 별다른 변화없이 안정적인 상황이지만 업계는 상황을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이달 3일 오후 10시 28분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비상대응계획에 따라 관련 부서 직원들이 곧바로 출근해 긴급회의를 하고 대응에 나섰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평소에도 유동성 관련 지표를 계속 점검하면서 발생 가능한 비상 상황에 대비해왔다”며 “현재 유동성과 관련한 별다른 문제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신협중앙회도 이날 아침부터 중앙회 간부회의를 열었다. 또 지역 조합과 온라인 전산 시스템 통해서 수신 상황 등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저축은행에서도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특이한 자금 동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각 저축은행 대표에게 서민·소상공인 자금조달, 철저한 리스크 관리, 금융사고 예방 강화 등을 당부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금리에 따라 분산해서 예·적금 넣어두는데 현재까지는 수신이 크게 빠지는 특이사항은 보이지 않는다”며 “새벽부터 IT부서와 함께 모니터링 중이다”고 설명했다.

손해보험·생명보험협회와 여신금융협회에서도 당국 가이드라인에 맞춰 회원사 자금 동향 등에 문제가 없는지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일부 금융사에서는 환전 서비스 등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원·달러 환율 상승, 가상화폐 가격 급락으로 관련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진 영향이다. 토스뱅크 ‘외환 사고팔기’ 서비스는 이용자 폭증으로 이날 오전 9시까지 ‘일시적으로 환전할 수 없다’는 문구가 나오는 등 먹통 현상이 발생했다.

카카오뱅크도 이날 오전 2시부터 8시까지 해외계좌 송금 보내기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 환율 급등에 따라 해외 송금 수요가 확대되면서 수요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와 제휴하고 있는 케이뱅크도 한때 유사한 일을 겪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새벽 1440원대까지 치솟으며 주간거래 종가 1402.9원 대비 40원 가까이 올랐다. 오전 12시 15분께 업비트에서 1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4.14% 급락한 1억 2800만원에 거래되는 등 시장이 요동쳤다. 은행권 관계자는 “오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IT 관련 전산망 안전 관리 현황을 선정하는 등 비상근무에 들어간 상태다”고 전했다.

한편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당분간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자금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尹, 비상계엄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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