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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노조가 통상임금 판결로 없어진 '잔업' 시켜달라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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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현 기자I 2020.12.09 17:40:30

통상임금 판결로 인건비 부담 커지자 잔업 폐지
작년부터 현대차 잔업 5분으로 줄이고 임금보전
기아차 노조, '형평성' 주장..30분 잔업 복원 요구
수당과 직결..기아차 "실질 임금 인상 효과" 난색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기아자동차(000270) 노조가 다시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회사와 재개한 추가 본교섭에서도 ‘30분 잔업 복원’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서다. 노조는 통상임금 판결 영향으로 2017년 없어진 30분 잔업을 복원해 실질 임금 인상을 꾀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회사는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의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마라톤교섭 결렬…3주 연속 파업 돌입

9일 기아차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 7일 오후 2시부터 이틀에 걸쳐 진행한 임단협 15차 본교섭을 정회와 속개를 거듭해 진행했지만, 자정께 최종 결렬됐다.

노조는 지난 4일 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를 통해 정해둔 방침대로 이날부터 오는 11일까지 사흘간 오전·오후 근무조별로 하루 4시간씩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3주 연속 파업과 코로나19 확진에 따른 공장가동 중단으로 누적 3만대가 넘는 생산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예상이다.

이번 본교섭에서 임금 및 성과금 부분에 대한 회사 측의 추가 제시는 없었지만, 기존 공장 내 전기·수소차 모듈 부품 공장을 설치하는 안 등 별도 요구안에 대한 회사측의 전향적 입장 제시로 상당 부분 합의를 이뤄낸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는 앞서 타결된 현대차 노사 합의안과 마찬가지로 올해 기본급은 동결(정기 호봉승급 유지)하되, 성과금 150%, 격려금 120만원, 상품권 20만원 등을 제시했다.

기아차 노조 관계자는 “긴 시간 고민했고 원만한 타결을 원했으나 작년 성과가 충분히 반영되어야 함에도 사측 제시안은 부족하다”며 “정당한 성과분배가 없는 것에 현장은 분노할 것”이라며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사측에서 추가제시안을 마련하면 교섭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며, 오는 11일 쟁대위를 열어 추가 파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기아차 화성공장 생산라인(사진=기아차)


통상임금 후폭풍으로 없어진 ‘잔업 30분 복원’…실질 임금↑

이번 교섭이 결렬된 것은 ‘30분 잔업 복원’을 두고 노사가 평행선을 달려서다. 잔업은 8시간 근무를 마친 후 오전 10분, 오후 20분 일을 더 하는 개념이어서 추가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회사 측은 실질적 임금 인상 요구인 잔업 복원을 보장하기 위해선 다른 복지 조항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맞섰고, 노조 측은 사측 제시안은 개악이라며, 먼저 잔업을 복원시킨 현대차처럼 기아차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앞서 기아차는 2017년 9월 25일부터 잔업을 전면 중단하고, 앞으로 특근도 최소화하겠다고 노조에 통보했다. 근무체계를 개편한 것은 당시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판매 감소로 생산량 조절에 나선 것도 원인 중 하나였지만, 무엇보다 통상임금 판결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각종 수당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이 늘어나면서 인건비가 상승하자 회사 측은 잔업 30분을 없앴다. 잔업 수당은 통상임금의 150%를, 야간 잔업은 200%를 받는다. 주말 특근 시 잔업 수당은 통상임금의 200%, 특근 야간 잔업은 250%다. 노조가 일을 더 하겠다고 나서는 이유다. 잔업 중단 등으로 수당이 고스란히 줄게 돼 생산직 근로자의 실질 연봉은 최대 200만원가량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노조는 노사합의 없는 통보에 부정적이었지만, 통상임금 판결에서 일부 승소했고, 정부 방침대로 근로자 건강 확보와 삶의 질 향상 등 장시간 근로 해소에 부응한다는 목적을 고려해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

문제는 작년부터 현대차 노조가 잔업 25분을 5분으로 줄이되, 자동화 설비를 늘려 시간당 생산속도(UPH)를 0.5대 향상하는 등 생산성을 높이는 대가로 임금을 보전받자 기아차 노조도 “현대차처럼 해달라”며 태도를 바꿨다. 이는 회사가 자동화 설비를 늘려 생산 대수를 유지해주면, 근로자는 잔업은 10분만 하고 30분 잔업 수당을 받겠다는 얘기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현대차와 형평성을 내세워 30분 잔업 복원으로 실질 임금 인상을 꾀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반면 회사 측은 30분 잔업 복원은 실질적인 임금 인상을 가져와 비용 부담이 커져 반대하고 있다. 10분도 채우지 못한 근무시간을 30분 일한 것처럼 보장받겠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잔업은 회사의 권한이며, 생산량이 담보되지 않아 현대차처럼 시설 보수로 생산성을 개선할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인건비 상승은 곧바로 기아차 국내공장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실제 통상임금의 판결의 후폭풍은 수치로도 확인됐다. 기아차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분기 및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국내공장 생산능력은 2016년(163만대) 이후로 2017년(158만3000대), 2018년(156만대), 2019년(153만2000대) 등 3년 연속 줄었다. 실제 생산실적은 2016년 이후부터 감소세를 보였다. 올해는 코로나19 등 여파로 3분기 기준 가동률은 전년 동기(97.6%) 대비 12.7%포인트 줄어든 84.9%에 그쳤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차가 많이 팔리면 많이 생산하고, 적게 팔리면 적게 생산하는 유연성을 가져야 하는데 노조의 방향 설정에 문제가 있다”며 “노조는 일자리 유지와 함께 임금 상승을 주장하는데, 결국 회사는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내 생산량을 줄이게 돼 결국 근로자의 실질 임금이 감소하고, 협력사는 물량이 줄게돼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이 위축하는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힘든 시기에 잔업 30분 복원을 비롯해 노조가 강력 투쟁을 예고하면서 이번 임단협 갈등은 해를 넘겨 장기화할 전망이다. 최종태 전국금속노조 기아차지부 지부장은 조합원 대상 담화문을 통해 “양재동 가이드라인을 넘어서는 끝장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며 “친환경차로의 전환을 기점으로 조합원 고용안정을 지켜내기 위해 임단협 투쟁을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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