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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에서 “비상계엄은 위기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전적·예방적으로 선포할 수는 없고, 공공복리의 증진과 같은 적극적 목적을 위해 선포할 수도 없다”고 명시했다.
헌법은 77조에서 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계엄법은 2조에서 비상계엠에 대해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돼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선포한다”며 헌법에 비해 더 엄격한 요건을 명시하고 있다.
헌재는 “대통령에게 일정 정도의 계엄 선포 판단재량이 인정되지만, 객관적으로 위기상황이 아님에도 주관적 확신만 존재하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객관적으로 대통령 판단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위기상황이 존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탄핵, 정치적 압박수단 본래 취지 아니지만…중대한 위기상황 아냐”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대국민담화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국무위원 등에 대한 탄핵소추 추진, 예산안 삭감 등을 언급하며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당시 “국회는 범죄자 집단 소굴이 됐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며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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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헌재는 이 같은 주장을 모두 일축했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연쇄 탄핵에 대해 헌재는 “법 위반의 의혹에만 근거해 오로지 정부에 대한 정치적 압박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탄핵심판제도의 본래적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단순히 탄핵소추 추진이나 발의를 이유로 중대한 위기상황이 현실적으로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통령 재의요구권으로 입법 강행 대처 가능”
정부가 반대하는 입법을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서도 “법률안 발의로 중대한 위기상황이 현실적으로 발생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그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으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간첩죄 처벌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간첩법 개정을 반대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지난해 11월 13일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대안을 제안하기로 심사됐다. 민주당이 반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회에서의 예산안 감액안 처리를 계엄 이유로 든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에 대해서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감액 의결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중대한 위기상황이 현실적으로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본회의에서 그대로 의결될 경우 장래의 치안 불안 등이 염려된다는 이유만으로는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또 민주당의 대정부투쟁에 대해서도 ”대의제에서 대통령 및 여당과 다른 정치적 이념과 가치관을 추구하는 야당이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민주주의 체제에서 반드시 보장돼야 할 정당의 활동에 속한다“며 ”민주당의 다른 정치적 견해 표시가 비상계엄을 정당화할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 주장처럼 민주당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하더라도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할 수 없다“며 ”헌법상 정당해산심판제도에 의해 정당은 행정부의 통상적 처분이 아닌 헌재의 결정에 의해서만 해산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아울러 “비상계엄 선포는 그 본질상 경고에 그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계엄이 단순히 ‘경고성 계엄’ 또는 ‘호소형 계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며 “입헌주의 법치국가에서 국가권력은 언제나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헌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행사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