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1심은 이들의 범죄단체 조직죄를 유죄로 보고 각각 징역 12년을 선고했지만 2심에서 범죄단체 조직죄가 무죄로 뒤집히면서 감형된 결과다. 이에 북한과 직접 연계된 간첩 조직이 ‘범죄단체’로 인정되지 않은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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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법조계 및 판결문 등에 따르면 충북동지회는 2017년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아 결성된 조직이다. 이들은 위원장, 고문, 부위원장, 연락담당으로 역할을 나눠 북한 공작원과 암호화된 지령문과 보고문을 주고받으며 국가기밀 탐지, 국내정세 수집, F-35A 도입 반대 투쟁 등의 활동을 했다. 또한 북한으로부터 2만달러의 공작금도 수수했다.
1심 재판부는 이들에게 범죄단체 조직죄를 적용해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해 무죄 판단을 내렸고,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다.
2심 재판부는 충북동지회가 실질적으로 범죄단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의 규모나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는 3가지 이유를 들었다.
우선, ‘단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의 규모와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충북동지회의 구성원 수는 4명에 불과했고, 결성 이후에도 구성원 수가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두번째는, 내부 질서를 유지하는 지휘 체계나 통솔 체계가 갖춰져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위원장, 고문 등의 직책은 있었지만, 실제로 조직적인 지휘·통솔 관계가 작동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이 각 국가보안법위반죄를 수행한다는 공동목적 아래 역할분담을 정하고 범죄를 반복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조직체계를 갖춘 계속적인 결합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률적으로 ‘범죄단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범죄를 공모한 것에서 더 나아가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조직 형태를 갖추고, 반복적으로 범죄를 실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대법원은 범죄단체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 사이에 지휘·통솔 체계가 갖춰져 있고 △단체의 의사결정에 따라 범죄를 반복·계속해서 실행할 수 있는 조직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보고 있다.
◇간첩 활동은 인정, 범죄단체는 부정…양형 핵심
대법원은 충북동지회 구성원들의 간첩 활동 자체는 인정했다. 2심은 피고인들이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아 활동했고, 공작원과 회합하고 통신연락을 취했으며,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인정했다. 또한 특수잠입·탈출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바로 이 점이 2심에서 대폭 감형된 핵심 이유다. 1심에서는 범죄단체 조직죄를 적용해 중형을 선고했으나, 2심에서 이 죄목이 무죄로 판단되면서 형량이 크게 줄었다.
다만 2심은 피고인들의 활동이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구성, 간첩, 편의제공, 찬양·고무 등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는 해당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 필요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미칠 구체적이고 명백한 위험성’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결국 대법원은 충북동지회가 북한과 연계된 간첩 활동을 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그 활동의 규모나 체계,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범죄단체’로 볼 정도의 요건은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단순히 불법 활동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범죄단체로 인정하지 않고, 그 조직의 실체와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심사해야 한다는 법원의 엄격한 심사 기준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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