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윤석열 정부 들어서서 한국·미국·일본 간 협력이 강화됐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그 반작용으로 북한·중국·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를 초래했다. 국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선 미국과의 관계도 불확실하기에 외교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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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데일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미 대선이 우리나라 외교에 미칠 영향을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주러시아 대사 출신으로 북핵통으로 꼽히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특보단에서 외교안보단장으로 최근 임명됐다.
위 의원은 최근 미국 대선에서의 트럼프의 승리에 대해 “7개 스윙 스테이트에서 모두 이긴 데다 그간 트럼프가 치른 대선 중에서 가장 큰 표 차이로 승리한 선거”라며 “공화당 역시 51% 득표율을 차지한 것은 20년 만에 처음”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공화당으로선 대단한 진전이며 백악관에 의회까지 장악하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대법관 과반을 임명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처럼 유리한 정치기반을 토대로 더욱 정파적인 정책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 중에서도 이민·관세·기후변화·인권 분야에서 대통령령 개정을 통해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으며, 정파 정치로 인한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 의원은 이같은 미 대선 결과가 우리나라에도 불확실성이 가미된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특히 군사동맹을 비롯해 경제안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북핵 관련 문제 등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트럼프의 ‘아메리칸 퍼스트’ 사고는 동맹 상대국에 대한 배려는 물론 책임에 대해서도 전과 같지 않을 것을 의미한다”며 “윤석열 정부는 그간 한미동맹 강화라는 단일 의제 위에 모든 외교 정책을 세워놨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을 언급하며 “트럼프 행정부 2.0에 대한 리스크로 방위비분담금을 말하는데 이는 생각보다 사소한 이슈”라며 “분담금을 더 내는 식으로 문제 해결이 예상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면 기존 안보 공약 등이 새 트럼프 정부에서 어떻게 바뀔지는 예측이 어렵다”고 했다.
위 의원은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북한과 대화를 했던 만큼 추후 북한과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에 대해 “북한이 증강된 핵 미사일 역량이나 러·북 동맹에 따른 강화된 입지를 활용해 미국과 새로운 협상을 할 때라고 판단된다”며 “미국이 (북한에) 협상을 제안하더라도 남북 간 극도로 대립 중인 현재 상황은 윤석열 정부에게 위기”라고 지적했다. 남은 과제는 미국과 북한 간 협상이 가능해진다면 우리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라고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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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면서도 바이든 정부를 지우기 위한 경제안보 정책을 수립할 것으로 예상했다. 위 의원은 “미국이 중국 제품에 최대 60% 상당 관세를 부과하면 우리나라가 단기간 반사이익을 볼 순 있겠지만 감당해야 할 부담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또 “기존 제정한 반도체과학법, IRA(인프레이션감축법) 등이 폐지·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기존 법제와 보조금 체제를 전제로 투자해놓은 기업들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임기 반환점을 돈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해 “(미국, 일본에) 일방적이고 치우친 외교를 해왔고 지나칠 정도로 이념적인 접근을 해왔다”며 “한미 협력만 강화했지 북핵 위협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으며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도 마비돼 결과적으로 반신불수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어 “러시아의 전쟁, 북한과의 혈맹 등 일련의 문제는 결국 우리나라를 비롯 각국 외교관계 및 행보에 따른 것”으로 “우리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반역사적인 해석이며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한미 협력에만 집중하는 사이 한국·러시아, 한국·중국과 남북 관계 등 회복에 실패했으며 이는 북·러 동맹 강화와 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등에 영향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외교 따로 경제통상 따로가 아닌 통합된 대응 체제를 만들어야만 한다”며 “(윤석열 정부가) 외교를 다루는 접근 방법과 관점을 크게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와 여야 모두 초당적으로 외교 정책에 접근해 국익에 집중해야 한다고도 했다.
위 의원은 이어 “국회로 오자마자 만든 게 여야 선진외교를 위한 초당적 포럼”이라며 “이번 방미 대표단 활동을 통해 트럼프 2기 집권에 대비해 미국 상황을 파악하고 야당 입장에서 정부가 나아갈 방향을 제언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