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9일(현지시간) CNBC와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주장하는 ‘보편적 관세’(모든 수입국가에 10~20%의 관세를 추가 부과)가 발효될 경우 일부 품목의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 같이 말했다.
◇“관세 시행 대비해 공급업체와 논의중”
이날 월마트는 3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매출이 1696억 달러(235조 8288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5.5%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677억달러·한화 약 233조)를 웃도는 규모다. 주당 순이익도 58센트로 전문가 전망치(53센트)를 넘어섰다.
월마트는 올해 순매출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3.75∼4.75%에서 4.8∼5.1%로 상향 조정했다. 3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웃돈 데 이어 연말 쇼핑 시즌이 포함된 4분기에도 종전 기대를 뛰어넘는 매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월마트가 호실적을 내며 연간 목표치를 상향 조정한 가운데 가격 정책 변경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미 최대 가전·인테리어 매장 로우스의 CFO 역시 가격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브랜든 싱크 로우스 CFO는 “회사 매출 원가의 약 40%가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발생하며 여기에는 직접 수입품과 주요 브랜드의 상품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관세가 분명히 제품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제품 가격 인상 시기와 세부 사항이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로우스 역시 현재 다른 소매업체와 마찬가지로 비용 상승 위험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마빈 엘리슨 로우스 CEO는 “이미 관세가 시행될 경우를 대비해 공급업체들과 논의 중”이라며 “우리는 미리 계획과 시나리오를 마련해 영향을 파악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유세 과정에서 중국산에 60~100% 관세를 부과할 뿐만 아니라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날 트럼프 당선인은 내년 1월 출범하는 2기 행정부 상무장관으로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하워드 러트닉 최고경영자(CEO)를 공식 지명했다. 대(對)중국 강경파로 알려진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한 대 중국 고율 관세의 전략 수립과 집행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산 제품수입 1년간 45% 줄일 계획”
앞서 미국소매협회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제품 가격 인상을 촉발시키길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관세 부과로 제품 가격이 올라 소비자들이 지갑 열기를 주저하게 되고, 이로 인해 판매가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매튜 셰이 미국소매협회 CEO는 “전면적인 관세 도입은 미국 가정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나 같다”면서 “이는 인플레이션과 가격 상승을 유발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정책으로 인한 가격 인상 가능성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안정화된 시점에 나와 소매 업계는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미국 화장품 회사 엘프 뷰티의 타랑 아민 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관세가 시행될 경우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발 제조업체인 스티브 매든은 관세 부과에 따른 재정적 영향을 피하기 위해 향후 1년간 중국산 제품 수입을 최대 45%까지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레이니 CFO는 “우리는 7년 동안 관세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이에 꽤 익숙하지만, 관세는 고객에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기 때문에 공급업체와 자체 브랜드 제품군과 협력해 가격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