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뉴딜·MSCI 등 실타래 못 푼 정책들…새 정부 숙제로

이명철 기자I 2022.03.22 19:15:26

뉴딜·서발법·재정준칙 등 국회 문턱 못 넘고 계류
선진지수 도입·이란 동결자금 등 임기내 해결 불투명
인구문제·재정건전성 등 중장기 전략도 뒷전 밀려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최근 문재인 정부는 지난 5년 간의 국정운영 성과를 요약한 백서를 공개했다. 이 백서는 경제분야에서는 선도형 경제 대전환, 선진국 도약, 격차 해소 등을 성과로 제시했지만, 이면에는 끝내 결실을 맺지 못한 미완의 과제들도 많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정책 실패나 일자리 불안 뿐 아니라 한국판 뉴딜 같은 국정과제는 절반의 성과에 그쳤고 다음 정부에서 재검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회 협의 난항 등으로 제대로 펴보지 못한 정책의 재편과 중장기 잠재 성장률을 키울 정책 구상도 요구되고 있다.

◇입법 묶이고 대외여건에 밀리고…정책 험로

선도형 경제 전환을 위해 정부가 추진한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그린·휴먼·지역균형 분야에서 정책 과제를 발굴·진행 중이다. 다만 정책 추진을 위한 입법 과제는 여전히 정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2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부 제시한 한국판 뉴딜 입법과제 46개 중 17개는 아직까지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지난해 9월 입법과제 보완 당시 심의 중인 법안이 24개였는데 반년이 지난 현재 7개 통과에 그쳤다.

마이데이터 활성화를 위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중소기업 신사업 진출을 위한 중기사업전환법 개정안, 그린 뉴딜 분야 풍력원스탑샵법, 휴먼 뉴딜의 노동전환지원법·지역사회통합돌봄법 등 제정안 등이 아직 계류된 상태다.

뉴딜 정책을 뒷받침할 법적 근거도 완전히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새로운 국정과제가 논의될 경우 자칫 국회에 묻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을 통한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창출도 코로나19 위기와 맞물려 결실을 맺지 못했다는 평가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임금 주도의 성장의 이론은 내수시장보다 수출 비중의 큰 우리 같은 나라에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었다”며 “시간이 지나면 (소주성)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의견도 있는데 코로나19 영향도 있고 앞으로도 큰 성과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간이 부족한 거시경제·금융·산업정책도 많다.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사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 지수 도입은 올해 6월 관찰대상국 등재가 1차 목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임기 내 직접 MSCI측을 만나 협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지만 물리적으로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해당 정책의 일환으로 외환법 제정 수준의 외환제도 개편을 추진 중이지만 연내 발표도 불확실해 이번 정부 임기 내 별다른 추가 조치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란에 동결된 자금 해제도 실타래를 풀기 쉽지 않다. 홍 부총리는 임기 내 이란 동결 자금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이란 핵협상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홍 부총리의 숙원으로 알려진 서비스산업발전법(서발법) 역시 사실상 이번 정부 내 국회 처리가 물 건너갔다. 약 10년 전 홍 부총리가 국장 시절 주도해 만든 법으로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담았지만 의료 민영화 프레임에 갇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다.

◇홍남기 “마지막까지 세부 과제 추진에 최선”

코로나19 위기 대응에 치중하느라 뒷전으로 밀렸던 중장기 과제들도 산적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잠재성장률 저하와 재정건전성 등이 이번 정부에서 풀지 못한 숙제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국내 총인구는 지난해 약 5175만명으로 전년대비 0.18% 감소했다. 코로나19로 해외 인구 유입이 뚝 끊기면서 당초 예측한 총인구 감소 시기인 2029년보다 8년이나 빨라졌다.

출산율 등 인구변동 요인이 중간 수준인 중위 추계 시나리오에 따르면 총인구는 2030년 5120만명, 2070년 3766만명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생산연령인구(15~64세) 비중은 2020년 72.1%에서 2070년 46.1%까지 낮아져 생산성 하락이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다.

정부는 그동안 여러 차례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대응했지만 합계출산율(여성 한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수)은 지난해 0.81명으로 사상 최저 수준을 경신하는 등 성과가 부진한 편이다.



경기 침체에 대응한 정부 지출이 늘면서 재정 여력은 악화했다.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36.0%에서 올해 50.4%로 껑충 뛰게 된다. 정부는 2020년 재정준칙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도 되지 않고 있다.

재정 지출을 줄이기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 개편 논의도 다음 정부에서나 이뤄질 전망이다. 연간 20조원대 재원을 줄일 수 있다는 개편 방안도 제시됐지만 지자체의 반발에 부딪히며 진척이 어려운 상태다.

김 교수는 “현재로서는 장기적인 저성장에서 탈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기재부의 장기전략국 확대 개편을 통한 장기 전략 수립도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정부는 마지막까지 국정 공백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대내외 리스크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현 정부가 마무리되고 새 정부로 이어지는 중대한 전환기에서 현안 대응에 공백이 없도록 조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기재부 중심으로 세부 과제를 추진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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