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처리 담당자’ 보호 강화…민원인 녹취·CCTV 설치 운영
정부, 민원처리 시행령 개정…올해 7월·내년 2월순차 시행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불시에 벌어지는 봉변 앞에서 공무원이 할 수 있는 일은 견디는 것뿐이다. 돌발상황에서 우리를 지켜줄 안전장치는 직원 개인의 위기 대처 능력이 전부다. 운이 좋다면 용감한 동료들의 만류 정도를 추가할 수 있다.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사무실 전체가 발칵 뒤집힐 만큼 상황이 심각해야 가능한 일이다. 큰 소리가 나면 무조건 공무원이 손해이기 때문에 뺨을 맞아도 발길질을 당해도 가해자에 대한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일이 대부분이다.”
주민센터 등에서 대민업무를 하다 퇴직한 전직 8급 공무원이 재직 당시 경험과 소회를 정리한 책 ‘공무원이었습니다만’에 실려 있는 일선 관공서의 민원인 대응 설명 내용이다.
| 충남 논산시는 지난 17일 악성민원 방지와 직원 보호책으로 휴대용 촬영장비인 웨어러블 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사진=논산시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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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증가하고 있는 행정기관 ‘악성 민원인’의 폭언과 폭행 등 위법행위로부터 민원 처리 담당자를 위해 녹음장치와 CCTV 설치,웨어러블 캠 사용, 안전요원 배치 등을 공식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민원처리법)’을 개정해 적용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만 자체 조례를 적용해 악성 민원인 차단 조처를 했지만 정부가 직접 나서서 법규로 명시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 법 개정으로 악성민원인에 대한 민·형사상 처벌도 가능할 전망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25일 “내년 2월1일부터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의 민원 처리 담당자를 보호하기 위한 민원처리법을 시행한다”며 “일부 시행령은 올해 7월12일부터 우선 적용하고 행정기관의 장이 민원인의 위법행위 등으로부터 민원 처리 담당자를 보호하기 위해 안전한 민원 환경 구축, 웨어러블 캠 운용, 폭언·고성 등의 민원인에 대한 퇴거조치, 기관차원의 법적 대응과 지원 등을 조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순차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정부가 민원처리법을 개정한 것은 악성 민원인의 폭언·폭력에 위협받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이를 막기 위해서다. 행안부 통계에 따르면 민원 담당 공무원을 상대로 한 욕설과 폭언, 기물 파손 등 위법행위는 지난 2018년 1만8525건에서 2020년 2만6086건으로 3년 새 40.8%가량 증가했다.
| 창원시 성산구는 지난 2020년 민원인의 폭언, 폭행 등 비상상황 발생 시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특이민원 대응 모의훈련을 진행했다.(사진=창원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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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법에서는 위법행위 발생 시 해당 민원인으로부터 민원 처리 담당자 분리와 업무의 일시적 중단 조처를 하도록 했다. 폭언ㆍ폭행 등으로 민원 처리 담당자가 신체적ㆍ정신적 피해 관련 치료와 상담도 지원할 수 있도록 내용을 담았다. 행안부 관계자는 “행정기관의 장은 민원인의 폭언ㆍ폭행 등 위법행위 또는 정당한 직무수행 과정에서 민원인과 민원 처리 담당자 간에 고소ㆍ고발과 손해배상 등의 법적 분쟁이 발생했다면 전담부서를 지정해 대응하도록 했다”며 “관할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증거물ㆍ증거서류 제출 등을 비롯한 필요 지원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법 개정으로 전국 지자체와 행정기관에서는 민원 처리 담당자의 안전한 근무환경을 조성할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창원시 관계자는 “이달부터 ‘웨어러블 캠’과 행정전화 자동녹취시스템을 시범 도입했는데 이번 법 개정으로 민원 응대 시 발생할 수 있는 언어폭력을 예방하고 민원인과 공무원 간의 상호 인권을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