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사퇴한 김기표 반부패비서관으로부터 비롯된 인사 검증 시스템을 놓고 고개를 숙였다. 거듭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가 거듭 반복되면서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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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비서관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 1채를 비롯해 모두 39억 2417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그런데 부채가 56억 2000만원에 달했다. 부동산 재산이 91억 2000만원, 요즘 말로 김 비서관 부동산의 61%는 은행의 것이었던 셈이다. 앞서 은행대출 10억원으로 25억원 상가건물을 매입해 논란이 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과 유사한 사례였으나 청와대는 인사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더욱이 김 비서관은 다른 자리도 아닌 민정수석실의 ‘반부패비서관’으로 등용됐다. 민정수석실이 공직 사회의 기강을 잡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꼼꼼한 인사 검증이 필요했다. 투기 의혹이 불거진 26일 김 비서관의 “해당 토지는 자금 사정이 좋지 않던 지인이 매수를 요청하여 부득이하게 취득하게 된 것”이라던 해명을 곧이곧대로 옮긴 것은, 청와대의 ‘부동산 투기 감수성’에 의문을 들게 만드는 대목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까지 청와대 인사 시스템을 문제 삼고 있어 청와대는 더욱 당혹스러운 모양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만시지탄이지만 신속하게 처리했다고 본다”면서도 “왜 이런 사안이 잘 검증되지 않고 임명됐는지 청와대 인사시스템을 돌이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혜련 최고위원도 “인사 검증의 문제가 인사수석 소관”이라며 “총책임을 질 필요는 있어 보인다”라고 했다. 김외숙 인사수석을 정조준한 것이다.
다만 청와대는 인사·민정 라인의 교체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인사 추천’ 중심의 인사수석실보다 ‘인사 검증’에 주력하는 민정수석실 개편이 우선 돼야하는데, 지난해 8월 물러난 김조원 전 민정수석 이후 김종호 수석과 신현수 수석이 불과 3개월여 만에 자리를 떠났다는 점을 떠올리면 개편이 쉽지 않아 보인다.
문 대통령은 아직도 채워야 할 고위공직자 인사가 있다. 박준영 후보자의 도중 사퇴로 공석인 해양수산부 장관 자리와 28일 최재형 원장이 물러난 감사원장 자리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이 있어 더욱 고심이 깊은 자리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김기표 반부패비서관도 한시바삐 새 인물을 찾아야 한다. 현 청와대 인사 라인이 또다시 ‘부동산 내로남불’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를 발탁한다면 정권의 마지막은 물론, 차기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대형 악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