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박영만 고용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산안법은 나름대로 역작으로, 산재 예방의 중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산안법 새로운 법령에 따라 원청이 안전·보건조치를 취하는 장소의 범위를 도급인·수급인 근로자가 같이 작업하는 장소 중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22개 위험장소에서 도급인 ‘사업장 전체’와 도급인이 제공·지정하고 지배·관리하는 장소로 확대하기로 했다”며 “다만 현행과 유사하게 화재·폭발·붕괴·질식 등 위험이 있는 장소로 정한다”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산안법 하위법령인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은 빠르면 3월 중 입법예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업장 내가 아닌 사업장 외 22개 위험장소 모두를 지정하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우선 노사, 이해관계자들 의견도 수렴해 범위를 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개정 산안법은 산재 사망자 중 하청 노동자의 비중이 2016년 기준으로 42.5%에 달하는 등 위험의 외주화가 심각하다는 인식에 따라 산재에 대한 원청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했다. 사업장의 유해·위험 요소에 대해 원청 사업주가 실질적인 지배·관리권을 가졌다는 점을 반영했다.
도금과 수은·납·카드뮴 제련 등 직업병 발생 위험이 큰 일부 유해·위험 작업은 도급 자체를 금지했다. 또 급성 독성, 피부 부식성 등이 있는 물질의 취급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안전·보건에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을 사내 도급하려는 경우에는 고용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MSDS, 정보공개 청구땐 공개…대체함유량 등으로 기재
이번 산안법 개정으로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하는 사업주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작성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화학물질 명칭과 함유량 등을 기업 영업비밀로 인정받으려면 고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비공개 승인을 받더라도 위험성을 유추할 수 있도록 대체 명칭과 대체 함유량은 기재하게 된다.
물질안전보건자료는 미국에서도 행정청에 제출하고 유럽연합 역시 물질안전보건자료의 핵심항목인 사업장, 명칭·함유량·유해정보 등을 화학물질청(ECHA)에 보고한다고 고용부는 설명했다. 이번 개정 산안법으로 근로자에게 심각한 건강장해가 발생한 경우 예측과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는 화학물질의 영업비밀 적용 비율이 2009년 45.5%에서 2014년 67.4%로 증가하는 등 기업이 영업비밀을 자의적으로 판단해 유해물질의 명칭과 함유량을 공개하지 않아 노동자가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물질안전보건자료가 기업의 영업비밀에 해당해 비공개 여부를 따지는 심사는 산재보상보험예방심의위원회에서 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물질안전보건자료를 현재 정부가 가지고 있지 않다”며 “개정 법률에서는 자료를 장관에게 제출하게 돼 있는데, 만약 정보공개법에 의거해 정보 공개를 청구하면 개인정보나 최소한 회사의 영업비밀을 가리는 선에서 공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체함유량과 대체물질을 기재하는데, 어떤 물질 중 어떤 성분의 함유량이 대략 몇 %인지 등을 기재해 기업의 영업비밀이라 볼 수 있는 정확한 성분의 양을 가리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
사업장에 토사·구축물의 붕괴, 화재·폭발, 위험물질 누출로 인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사업장 전체에 산업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작업을 중지하게 된다. 이 경우는 고용부장관(근로감독관)이 무조건 작업중지 명령을 하는 것이 아니라 중대재해가 발생한 장소 주변으로 산업재해가 확산될 수 있다고 판단할 때를 한정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망 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안전이 확보 될 때까지는 전면적인 작업 중지해서 노동자를 보호하라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다”며 “이전에도 근로감독관이 중대재해가 발생한 작업에 한정해 부분작업중지를 했으나 작업중지 해제 후 수일 내에 다른 작업에서 다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이번 개정법률안으로 작업 중지할 수 있는 요건과 절차를 명확히 규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작업 중지 해제는 개정 법률안에 따라 해제심의위원회를 구성하도록 돼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작업 중지 해제와 관련해 해제심의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며, 구체적인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해선 하위규정을 만들때 포함하게 된다”고 했다.
노동계가 요구했던 하한형을 도입하지 않은 데 대해 고용부는 “법 집행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근로자 사망시 징역형의 하한을 설정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사업주에 대한 과잉 제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