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항암제 PAb001 개발과정을 이끌며 6152억원 규모의 기술수출을 일군 정진경 펩트론(087010) 사업개발 총괄은 8일 “PAb001 임상에 성공할 경우 출시 2달 만에 200억원, 연간 3조원의 매출을 내는 길리어드사이언스의 항암제 ‘트로델비’와 유사한 가치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건은 설립 25년차를 맞은 펩트론이 이뤄낸 첫 기술수출이다. 2016년 한림대에서 후보물질을 가져와 과학기술부 과제로 선정돼 기술수출이 가능한 수준으로 키우기까지 5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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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b001은 다양한 암종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정 총괄은 “MSD의 ‘키트루다’는 전체 암환자의 10~20% 정도에만 쓸 수 있을 정도”라면서 “PAb001은 삼중음성유방암(TNBC)을 적응증으로 했지만 난소암, 췌장암, 폐암에도 효과를 볼 수 있어 향후 적응증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방암만 해도 연간 24조원의 시장 규모를 형성하는 만큼 펩트론의 항암신약이 타깃할 수 있는 시장 잠재력은 더욱 커질 것이란 설명이다.
펩트론은 기술수출 파트너로 중국 치루제약(Qilu)을 선택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했다. 그는 “치루제약은 전 세계 항암시장에서 9위(매출액 기준)에 올라 있고 전체 제약·바이오 업체 중 43위인 글로벌 회사”라면서 “항체를 생산하는 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시설에 ADC를 생산할 수 있는 GMP 시설까지 보유하고 있어 임상개발 측면에서 빠르게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기술수출 과정에서 가장 큰 난관은 특허에 있었다. 뮤신1을 타깃으로 하는 항체 특허 1만여건을 모두 회피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펩트론이 보유하고 있던 특허가 도움이 됐다. 정 총괄은 “현재 13개국에서 특허에 대응 중”이라며 “ADC, 카티(Car-T), 이중특이성항체(Bispecific) 등으로 특허를 세분화한 덕분에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특허 분쟁 소지를 차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펩트론은 이번 기술수출에 성공한 항암 신약 외에도 약물 효능 지속 플랫폼(스마트 데포)을 기반으로 한 파킨슨병 치료제 ‘PT320’와 전립선암 및 성조숙증 치료제 후보물질 ‘PT105’ 등 주요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PT320은 임상 2상 단계다. 환자 모집을 마친 뒤 지난해 초부터 투약에 들어갔다. PT320은 기존 파킨슨병 치료제 ‘엘도파’가 일으킬 수 있는 신경세포 손상을 최대한 막는다는데 특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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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암 치료제 PT105은 다케다 ‘루프린’의 복제약이다. 루프린은 1989년 출시한 뒤 지금까지 연간 1조 8000억원의 매출을 일으키는 블록버스터 제품이다. 펩트론은 자체 GMP 생산시설에서 만든 샘플로 동물실험에서 루프린과 같은 약동학적 프로파일을 증명했고 상업 생산에 돌입해 내년에는 출시할 예정이다. 정 총괄은 “펩트론은 충북 오송에 GMP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어 실험실 세포실험에서 성공했던 후보물질들을 자체적으로 스케일업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펩트론은 올해 6월 당뇨학회에서 장기 지속형 ‘GLP-1’ 계열 당뇨병 치료제에 대해서도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일주일 제형의 경우 한 달, 1일 제형의 경우 2주로 만드는 등 서방형 제제(복용 이후 체내에서 장시간 동안 약물을 방출하는 제제)라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당뇨, 비만 환자들에게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펩트론은 올해 실적 개선의 원년으로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매출 향상이 이뤄질 것으로 봤다. 정 총괄은 “PAb001 기술수출과 PT320 글로벌 임상, PT105 국내 출시에 들어가면서 내년부터는 연구개발과 제품생산을 하며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회사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