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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11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인터컨티넨탈 타임스퀘어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설명회(IR) 연단에 섰다. 170여명의 국제 금융계 인사들이 유 부총리의 입을 쳐다보며 자리를 꽉 메웠다. 북미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인 윌리엄 밀스, HSBC 글로벌 은행부문 CEO 티에리 롤랜드 등 거물급도 눈에 띄었다.
분위기는 예년과 사뭇 달렸다.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들은 한국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감추지 않았다. 한국의 가계부채가 여전히 많다는 점을 걱정스러워했고 대통령 탄핵이라는 한국 정치 이슈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다며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보호무역주의가 대두하고 있는 게 수출 중심의 경제인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중국의 기업부채 문제와 한중 관계의 악화로 한국의 중국 수출이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했다.
한국 정부도 이런 외부의 시선을 피부로 느꼈다. 그래서 이날 IR 행사의 주제도 아예 ‘불확실성을 헤쳐나가는 한국경제’(Korean Economy: Navigating Uncertainties)로 잡았다. 불확실한 상황을 먼저 인정하고 한국이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보여주는 자리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유 부총리는 “정말 많은 정치적인 어려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운을 떼면서 “여러분들의 우려에 대해 설명하려고 오늘 이 자리에 섰다. 정치적 변화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최소한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5년 이후 가계부채가 높은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연체율이 낮아지고 있는 등 질적 문제가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 부총리는 “건전성 테스트와 여신심사 기준을 확대하면 가계부채의 증가세는 지금보다 줄어들 것”이라며 “분할 상환과 고정금리 전환으로 더욱 안정적으로 부채를 상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보호무역주의 확산, 중국의 경기 둔화, 미국과 중국간 통상마찰이 구체화하면 한국의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보호무역주의 확산방지가 필요하다는 국제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점에 위안을 삼았다. 지금 걱정처럼 보호무역주의가 현실화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어 “대중국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동남아 등 인접국으로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답했다.
이날 유 부총리는 영화 ‘인터스텔라’의 대사를 언급했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We‘ll find a way, we always have)”라는 대사로 유명한 영화다. 유 부총리는 “꼭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스텔라’는 식량 부족과 대기오염으로 멸망할 위기에 놓인 인류가 새로 정착할 행성을 찾아 나서는 미국우주항공국(NASA) 사람들의 얘기를 다룬 영화다. 안팎의 위기에 둘러싸인 한국경제 경제수장의 절박함이 깔렸다.
유 부총리는 “대내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는 여러 장점이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한국 경제는 어려움을 헤쳐나갈 능력이 있고, 한국 정부는 앞으로도 적극적 거시정책, 구조조정, 가계부채 관리 및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의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