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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우 농협금융 회장은 이날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새 대표이사 회장으로 2년 임기를 시작했다. 이찬우 회장은 지난해 12월 27일 회장으로 내정됐고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 대상이라 관련 절차를 최근 마무리했다. 이 회장은 경북 영덕 출신으로, 부산대 사대부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1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기획재정부 차관보와 경남도청 경제혁신추진위원회 위원장, 금감원 수석부원장 등을 지냈다. 또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 경제 정책을 설계한 인물 중 하나로, 21대 국회의원이었던 이용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동생이다.
이 회장은 취임과 함께 농협금융과 은행 등 전 계열사 업무 파악과 새해 경영 전략 구상 등에 집중할 전망이다. 금융권에선 이 회장의 최우선 과제로 내부통제 강화와 수익성 개선 등을 꼽고 있다. 농협은행에선 지난해 8월, 100억원 대 직원 횡령 사건이 발생하는 등 16건(2024년 1~3분기)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농협금융은 경영진의 내부통제 운영에 대한 관리·감독 기능 강화를 위해 2024년 10월 말 이사회 내 소위원회로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했다. 또 올해부터 책무구조도 본격 시행으로 촘촘한 상시 내부통제 체계를 확립·고도화할 계획이다. 농협은행도 올해 내부통제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준법감시인력을 확충할 계획이다.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 중 가장 낮은 수익성도 이 회장이 해결해 나갈 과제다. 농협금융의 2024년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 3151억원으로 KB금융 4조 3699억원, 신한금융 3조 9856억원, 하나금융 3조 2254억원, 우리금융 2조 6591억원 등에 못 미치고 있다. 이에 농협은행은 ‘디지털 리딩뱅크’ 도약을 목표로 비대면·플랫폼 중심의 새로운 고객 전략을 통해 디지털금융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농협금융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에 따른 암호화폐·핀테크·인공지능(AI) 등 투자 환경변화에 발맞춰, IB사업 경쟁력 강화를 모색할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이 회장은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가진 농협금융의 특성상 ‘새판 짜기’를 위해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원만한 관계 설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이 지난해 말 인사에서 9개 계열사 중 6곳의 CEO를 교체하고 지주 회장과 농협은행장을 동시에 바꾼 것도 강호동 회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단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 농협금융 회장은 내부통제 강화와 함께 5대 금융지주 중 가장 낮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디지털 금융 등 신성장 동력 발굴에 나서야 한다”며 “계열사 대표 대부분이 강호동 회장 취임 이후 바뀐 인물이라 강 회장과의 관계 설정도 중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