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이유는 우선 기술적으로도 달성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혁명적인 에너지·산업 기술의 혁신으로도 실현 가능성이 불확실한 탄소중립을 쓰레기 분리수거, 플라스틱 재활용 비율 확대와 같은 ‘생활 속 작은 실천’으로 이뤄낼 수 없다”며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철강, 시멘트, 조선, 반도체, 화학 등 산업까지 포기하기에는 대안이 없고, 결국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해 말 기후변화협약 관련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당사국 총회에 보고할 NDC 목표치도 무리하게 작성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에 따르면 1GW급 전력을 만드는데 축구장 2000개 면적의 태양광 발전 부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정부는 2030년까지 160GW를 재생에너지 보급량으로 계획하고 있다. 작년 12월에 발표된 9차 전력수급계획에서 만든 58GW도 전문가들이 달성하기 어렵다고 보는 상황에서 8년안에 102GW를 추가하는 것은 국내 현실상 이뤄낼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NDC가 국제사회에서 바꿀 수 없는 특성(불가역적 특성)을 가져 앞으로 에너지 정책이 좁은 선택지를 갖게 되고, 유연성도 훼손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손 교수는 “2017년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시작으로 NDC 감축 목표 상향까지 논의가 지나치게 빨리 이뤄졌다”면서 “감축 목표가 지나치게 높게 잡히면서 우리나라는 NDC 상향에 따른 파급효과가 가장 큰 나라가 될 것이며, 산업혁명 이전으로 돌아가야 할 수준으로 경제에 큰 영향을 주고, 향후 법을 고치려고 해도 국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력 없이 탄소중립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대규모 수력자원이 없고, 국가 간 연계가 없는 우리나라 조건에서 전적으로 간헐성 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에 의존하면서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은 기술·경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평균전력의 6배에 달하는 태양광 전력을 수용하려면 전력망이 현재보다 몇 배 커져야하고, 에너지 저장장치가 받아줘야 할 전력과 전력량이 물리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수준이 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는 특성상 우리나라 안에서 대륙을 구현해야 하며, 특정 국가를 따라간다면 외부의존이 없는 나라를 참고해야 한다”면서 “외부의존 없이 무탄소 전력을 활용하는 나라는 노르웨이, 덴마크, 프랑스 등에 불과하며, 이들 국가는 수력과 원자력을 중심으로 전력원이 구성되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