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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부유층은 그동안 홍콩이 중국 내에서 갖는 특권을 이용해 부동산, 주식, 보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홍콩에 투자해왔다. 홍콩은 규제가 적고 세금 부담이 낮아 명실상부한 아시아 금융허브로 꼽힌다.
중국 정부는 중국인들에 대해 강력한 자본 통제를 하고 있지만, 중국인 상당수는 홍콩에서 계좌를 개설하고 보험증서를 구매하거나 부동산을 거래해왔고 이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는 게 SCMP 설명이다. 중국인 다수는 홍콩을 통해 해외시장에 투자하기도 했다.
홍콩 보험업감독관리국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 신규 보험증서의 25%는 중국 본토 주민이 구매했다. 홍콩 증권거래소는 홍콩 주식시장에 투자한 중국 본토 주민 수가 2018년 영국인 수를 넘어 최대 규모가 됐다고 집계한 바 있다.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중국기업도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홍콩 상장사 중 50.7%인 1241개 회사가 중국회사일 정도다.
그러나 중국이 홍콩 국보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히면서 홍콩의 정치적 자유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을 위한 절차에 돌입하며 중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이뿐만 아니라 홍콩에 대한 국무부의 여행권고를 개정하거나 중국과 홍콩의 당국자를 제재할 수도 있다고 엄포했다.
미국 측이 어떠한 조처를 꺼낼지 구체화하진 않았지만 중국 투자자들은 이에 대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홍콩 달러나 부동산을 처분하고, 자금을 미국 주식이나 채권 등 다른 투자처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광둥성의 한 경제전문가는 “(홍콩에 투자한 중국인들이) 겉으로는 홍콩 민주진영 및 반정부 시위에 반대하고 홍콩보안법을 강력히 지지할 것”이라면서 “이와 동시에 자산을 안전한 곳으로 재배분함으로써 반대 의사를 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이먼 선 홍콩중문대 교수는 “향후 미·중이 경제적으로 탈동조화할 경우 홍콩에 대한 중국의 관리가 완화되지 않는 이상 홍콩의 기존 기능은 장기적으로 유지되지 못할 것”며 “미·중 사이에 홍콩처럼 완충 역할을 할 곳이 필요한데 홍콩이 향후 10년간에도 그러한 역할을 할지 아니면 싱가포르나 대만이 대신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홍콩에 본사를 둔 헤지펀드들도 홍콩 국보법 제정에 따라 철수를 검토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현재 420개 이상의 헤지펀드들이 홍콩에 기반을 두고 910억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굴리고 있다. 회사 수로는 아시아 지역 2위인 싱가포르보다 약 80개가 더 많으며, 자산규모로는 싱가포르와 일본, 호주를 합친 것보다 더 크다.
홍콩 헤지펀드에서 일하는 한 관계자는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알고 있던 홍콩은 죽었다”며 “헤지펀드 커뮤니티는 싱가포르 등으로 옮겨갈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