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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성역없이 수사하겠다”던 특수본은 경찰 지휘부를 정조준했다. 첫 압수수색 당시 서울청과 용산서 등 8곳에서 관련 자료를 확보했지만,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던 지휘부의 집무실을 겨냥했다. 경찰청장실은 이날 오전 윤희근 청장의 국회 일정을 고려해 오전 9시에 압수수색했으며, 윤 청장의 휴대전화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 청장과 김광호 서울청장은 참사 전후 경찰 인력의 배치는 물론 참사 당시 구조 활동의 지휘와 지원 등을 책임지는 지휘관이었다. 당시 경찰의 보고체계에 총체적인 문제가 드러났고 결과적으로 부실 대응으로 피해 규모를 키웠다는 지적이 쏟아지면서 책임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윤 청장은 이날 국회에서 ‘이태원 참사’ 책임론을 두고 “재발방지책 마련이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하겠다”며 사퇴 의사를 일축했다.
경찰 지휘부에 대한 강제수사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경찰 대개혁’ 발언 등이 영향이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여야 의원들이 “왜 압수수색과 신병확보를 하지 않느냐”고 질타가 이어졌다.
감찰을 건너뛰고 곧바로 강제수사에 나서면서 경찰청 내부도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경찰청은 경찰청장실을 비롯해 정보시스템운영계, 경비안전계 등 3곳이 압수수색 장소였다. 이번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 등을 통해 수뇌부에 대한 조사도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수본은 피의자로 전환된 이임재 전 용산서장의 휴대전화 등을 확보해 안전 대책을 소홀히 한 경위와 현장에 늦게 도착한 이유 등을 파악할 계획이다. 그는 지휘부에 늑장보고와 상황보고서를 조작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어 특수본은 서울청 정보·경비부장실과 112상황실장실, 용산경찰서 정보·경비과장실도 압수수색했다. 참사 당일 서울청 상황관리관으로 업무를 태만히해 직무유기 혐의를 받는 류미진 총경과 관련해선 서울청 112상황실장실 등을 대상으로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참사 전 핼러윈 안전사고를 예상한 정보보고서 작성 및 삭제 회유 건도 수사 선상에 올랐다.
특수본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상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할 용산구청도 전방위로 압수수색했다. 피의자로 전환된 박희영 용산구청장 집무실과 부구청장실, 행정지원국·문화환경부 사무실, CCTV 통합관제센터 등 19개소에서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또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와 서울종합방재센터 종합상황실, 용산소방서 등 소방 관련 7곳도 압수수색했다. 피의자로 전환된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집무실에서도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특수본은 119신고를 접수해 구조인력의 현장 출동 명령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을 파악할 계획이다.
아울러 참사 당일 무정차 조치를 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의혹을 받는 이태원역에 대해 지난 2일에 이어 추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과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사안으로 이날 서울교통공사 본부로까지 자료 확보 범위를 확대했다.
재난관리책임기관인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 윗선으로 강제수사가 확대될지 주목된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의 법령상 책무와 역할에 대해서도 법리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상위 행정기관도 참사와 관련해 과실이 없었는지 살펴보겠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