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생활고와 질병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한 수원 세 모녀의 빈소엔 각계각층의 추모 발걸음이 이어졌다.
| 암·희귀병 투병 투병과 생활고에도 불구하고 복지서비스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 빈소가 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사진=연합뉴스) |
|
장례 이틀째인 25일 경기 수원시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 지하 1층에 마련된 세 모녀의 빈소에는 이날 하루 동안 조문객 150여명이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유족이 없는 빈자리를 이틀간 200명이 넘는 조문객이 방문해 채웠다.
| 25일 오후 경기 수원시 권선구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세 모녀의 빈소에서 원불교 경기인천교구 주관으로 추모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
|
추도행사를 주관한 김덕수 원불교 경인교구장은 “어떻게 이렇게 세 모녀 모두가 병으로 고통받을 수 있는지 참 많은 생각이 든다. 가까운 이웃에 이렇게 어려움을 당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생각하니 종교인으로서 너무 미안하다”며 “이번 생의 원한은 다 내려놓고 해탈해 다음 생은 행복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추모식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 김건희 여사가 25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수원 세 모녀의 빈소에서 조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
|
이날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는 모녀의 이름이 적힌 위패 앞에 국화꽃을 올려놓으며 조의를 표했다. 김 여사는 원불교 경기인천교구 관계자들에게 “세 모녀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줘서 고맙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종교인들이 대신해 줘서 감사하다”라는 말을 짧게 남기기도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우리 국가가 충분히 챙기지 못한 사각지대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 정말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라며 “관계부처에 팀을 구성해 빈 곳(사각지대)을 메꾸는 방안이 무엇이 있는지 고민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 한덕수 국무총리가 25일 오후 경기 수원시 권선구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수원 세 모녀의 빈소에서 조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
|
윤 대통령을 대신해 왔다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은 조문 이후 “이러한 일을 맞닥뜨리고 나니까 마음이 아프다”라며 “이제와서 무슨 말이 필요하겠냐만 (세 모녀가)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성일종 정책위의장,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빈소를 찾았다. 경기복지연대와 수원사회복지사협의회 등 시민단체에서도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전날에는 박용진 민주당 당 대표 후보와 김동연 경기지사, 염태영 경제부지사 등이 빈소를 방문하고 추모했다. 김 지사는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권리’라며 글을 남기기도 했다.
|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수원 세 모녀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사진=공동취재) |
|
그는 “수원 세 모녀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글을 올렸다가 내렸다. 참담하고 비통한 마음을 글로 표현했지만 이런 사고가 나면 누구나가 하는 판에 박힌 의례적인 이야기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어서였다”라며 “너무나 부끄럽고 죄송하다”라고 했다.
이어 “마음에서 우러나온 내용이었지만 감성이 아니라 무엇을 하겠다는 구체적인 약속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다시 글을 쓴다”라며 “우선 핫라인을 만들겠다.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정말 힘드신 분들게 간곡히 부탁드린다. 핫라인 번호로 연락주시라. 직접 응대하지는 못하지만 저희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보살피겠다”라고 밝혔다.
또 “기존에 있는 ‘명예사회복지공무원제’도 확대해 더 큰 인센티브를 드릴 것”이라고도 전했다. 김 지사는 “절박한 상황에 처한 분들을 상대적으로 접할 기회가 많은 교회와 사찰, 약국, 부동산중개사무소, 동네가게 등의 적극 참여를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 ‘수원 세 모녀’ 빈소에 시민들이 찾아와 조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수원 세 모녀의 비극은 지난 21일 오후 2시 50분께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악취가 난다”라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시신 3구가 발견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들은 암과 희귀 난치병 등 건강 문제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된 생활을 하다 생을 마감했다. A4 용지 크기의 노트 9장에는 듬성듬성 쓴 글씨로 ‘세상 살기 너무 힘들다’ ‘몸이 아프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수원시는 삼일장 마지막 날인 26일 오전 11시 30분 세 모녀에 대한 발인을 마친 뒤 오후 1시 수원시 연화장에서 화장하기로 했다. 이후엔 연화장 내 봉안당에 유골을 안치하고 모든 장례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