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법안 발의 과정에서 금융위원회가 디지털자산 거래소 대주주에 대한 지분 규제라는 본질적이지 않은 규정을 담으려 하면서 관련업계와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까지 반발하고 있고, 이런 가운데 이란 전쟁까지 발발하며 자본시장 안정을 위협하고 있어 법안 처리가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당정협의 차일피일…“3월 발의” 사실상 물 건너 가
18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19일 오전 8시에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금융위와 당정협의회를 열고 중동 전쟁 이후 환율과 주식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추가경졍예산안을 비롯한 대책을 논의한다. 다만 사안의 시급성에서 밀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협의회에서 논의 안건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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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중동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논의 재개 시점은 더욱 불투명해진 상태다. 민주당 TF와 정책위 내부에서는 “무한정 늦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희망 회로를 돌리면서도 구체적으로 언제 당정협의가 열릴지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이대로라면 당초 6월 초 지방선거 이전에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여당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여당 내에선 “일러야 하반기 정기국회는 돼야 정무위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고, 일각에선 이러다 올해 안에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전례 없는 거래소 지분규제 무리수…야당 반발로 정무위 논의 기약 없어
이처럼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암초에 부딪친 것은 올해 초 금융당국이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을 15~20%로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부터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규제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5일 여당 정책위와 금융위는 대주주 지분 상한을 20%로 설정하되 시행령을 통해 예외적으로 34%까지 허용하는 절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 시행 후 3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시장점유율 같은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거래소에겐 추가 유예를 부여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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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초기 창업자에게 쏠린 지분은 기업이 성장하며 증시 상장(IPO)을 통해 자연스럽게 분산된다. 일례로 미국 최대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상장 후 Class A 주식 기준으로 창업자인 브라이언 암스트롱(3.5%)외 뱅가드(10.6%), 블랙록(6.4%) 등으로 지분이 분산되며 소유 구조가 다변화됐다.
이 때문에 보수진영인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의 대주주 지분 규제에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현재 정무위원장을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 맡고 있고 법안심사1소위원회도 김상훈 의원이 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보여, 당정이 물밑 조율을 통해 법안을 발의해도 이달 31일로 예정된 정무위 소위에 법안을 논의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9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자산산업 발전 방안: 규제와 혁신’ 세미나에서 “글로벌 상위 거래소들이 혁신적인 투자와 보안 강화,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상황”이라며 “국내 거래소의 소유 구조를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책임경영을 저해할뿐 아니라 인재와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는 역차별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디지털자산 밸류업특위 위원장도 “정부는 지금까지 디지털자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조금도 보태준 게 없다”며 “규제 일변도로만 일관하다가 이번에 또 느닷없이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카드를 내밀었다”고 비판했다.
입법조사처도 “위헌 소지 있다”…입법 과정 내내 상당한 진통 불가피
비단 업계와 야당의 반발에 그치는 게 아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최근 유권 해석을 통해 이 같은 규제의 위헌 가능성을 제기한 만큼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과정 내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달 4일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서에서 입법조사처는 대주주 지분 제한이 글로벌 정합성에 맞지 않으며 재산권(헌법 제23조), 직업의 자유·기업활동의 자유(헌법 제15조), 소급입법 관련 문제(헌법 제13조)에 있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재산권 측면에서 지분 분산과 투명성 제고 간 인과관계에 대해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분율 제한이 경영권 상실로 이어질 경우 침해 강도가 중대하게 평가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소급입법 문제도 쟁점이다. 입법조사처는 기존에 적법하게 취득한 지분에 대해 사후적으로 강제 처분을 요구하는 방식은 중대한 공익적 사유와 같은 특단의 사정이 있지 않는 한 위헌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비교 기준으로 제시한 대체거래소(ATS)에 대해서도, 설립 단계부터 소유 지분 제한을 전제한 ATS와 이미 운영 중인 디지털자산 거래소에 대해 사후적으로 소유 구조 재편을 요구하는 것은 맥락이 다르다고 짚었다.
전문가들 역시 규제의 실효성과 정당성,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026 특별세미나 디지털자산산업 발전 방안 : 규제와 혁신’에 참석한 김도현 국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지분 제한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선 실증적 자료를 찾기 매우 어렵다”며 “거래소 소유가 혁신·감시확립·의사결정을 촉진한다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도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산업이 성장한 뒤 사후 규제를 받게 되면 단 한 번의 사례만으로도 청년들이 국내 창업을 망설이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각투자 입법 지연’ 되풀이될라…원화 스테이블코인 준비 기업들 ‘울상’
이렇다 보니 원화 스테이블코인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는 은행이나 빅테크, 핀테크, 여타 스테이블코인 관련 기술 및 인프라 스타트업 등은 비본질적인 규정 하나로 디지털자산기본법 자체 입법이 지연돼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컨소시엄에서 50%+1주로 주도권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이는 은행권들을 이미 컨소시엄 구성을 위해 이종산업 기업들과의 짝짓기나 기술기업에 대한 투자 등에 분주한 상황이다.
특히 과거 금융당국이 2023년 3월부터 토큰증권 발행 및 유통 규율체계를 정비하는 입법을 약속해놓고 실제 입법까지 3년이나 밀린 탓에 선제적으로 신사업을 준비했던 스타트업이나 증권사 등이 조직을 접거나 사업상 피해를 봤던 경험이 있는 만큼, 디지털자산기본법도 이번 모멘텀을 놓쳐 수년 간 지연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스타트업 대표는 “책임있는 정부여당이라면 이런 상황에선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부분만 분리해 법안을 우선 처리한 뒤 거래소 지분 규제를 차후 논의하는 게 맞는데, 그런 얘기는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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