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2차 처분 판결과 관련한 입장을 내고 “금융당국은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판결문이 입수되는 대로 회계처리 기준 위반 여부 등 세부 내용을 자세히 분석해 금융위원회에 항소 여부에 대한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항소 여부는 금융위원회가 법무부 지휘를 받아 결정할 사항이라는 점도 명시했다.
당시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해 설립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2015회계연도에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면서 이 회사 지분가치를 장부가액(2900억원)에서 시장가액(4조 8000억원)으로 근거 없이 재평가해 약 4조 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2014년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단독 지배했다고 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기업으로 하는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한 점은 원칙 중심 회계 기준상 재량권 범위 내에 있어 회계처리 기준 위반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워 처분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에 금감원은 △처분의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본 점 △형사 1심(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분식회계·허위 공시 의혹)과 달리 2015년 지배력 변경은 정상적인 회계처리가 아니라고 판시한 점이 의미가 있다고 봤다. 형사 1심에선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사업 성공 가능성이 커지면서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실질적 권리가 돼 지배력 변경은 정당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금감원은 이번 판결과 형사 1심 판결의 차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2014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단독으로 지배하고 있었다고 본 점은 결론이 같다”며 “바이오젠과의 합작 계약 자체만으로 공동지배라고 보기 어렵고, 합작 계약상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보유한 콜옵션은 2012~2014년 중엔 실질적 권리가 아니었다고 판시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금감원은 2015년 지배력 변경과 관련해 “형사소송에선 (바이오젠과의) 공동지배로 봐 정당한 회계처리로 본 데 반해, 이번 판결에선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할 특별한 이벤트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자본잠식 회피 수단에 불과해 정상적 회계처리가 아니라고 판시해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해당 판결문이 입수되는 대로 내용을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 회장의 형사 2심 재판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형사소송과 행정소송은 회계처리 기준 위반에 대한 쟁점이 공통되므로 이번 판결이 형사소송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