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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큰 손'에 듣는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안 오겠지만…"

김정남 기자I 2021.10.13 16:47:34

본지, 국제금융협회(IIF) 연례 총회 참석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
"스태그플레 안 오겠지만 인플레는 우려"
"에너지난과 임금 인상, 물가 끌어올린다"
인플레 두고 월가 주요 빅샷들 '갑론을박'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12일 오후 12시50분(미국 동부시간 기준) 국제금융협회(IIF)의 연례 멤버십 총회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IIF 멤버십 총회 캡처)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지난 1988년 창립 후 숱한 위기를 기회로 삼으며 월가에서 가장 잘 나가는 금융회사가 됐다. 현재 운용 자산만 9조5000억달러(약 1경1368조원)에 달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가장 많이 전화를 걸었던 이가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이었던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코로나19 위기 한가운데 취임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요직에는 블랙록 출신들이 즐비하다.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대표적이다. 재무부 부장관을 맡고 있는 월리 아데예모 역시 마찬가지다. 위기 때마다 소방수 역할을 하며 성장한 게 블랙록의 역사다.

팬데믹이 부른 전례 없는 혼돈의 시기. 33년째 블랙록을 이끌고 있는 핑크 회장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핑크 회장은 12일(현지시간) 이데일리 등이 참석한 국제금융협회(IIF) 연례 멤버십 총회에 나와 인플레이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등에 대한 견해를 가감없이 털어놨다.

◇“스태그플레이션 안 오겠지만…”

핑크 회장은 월가의 최대 화두인 인플레이션을 두고 “일시적이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내년이면 인플레이션이 사그라들 것이라는 연방준비제도(Fed)의 확신과 거리가 있는 어투였다.

핑크 회장은 “연준의 공격적인 통화정책과 의회의 추가 재정정책 등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높아지는 에너지 가격은 소비심리를 짓누를 수 있다”며 “일부 기업들이 심각한 구인난을 겪으면서 임금은 더 빠른 속도로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공급난과 빠른 임금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지속하게 할 것이라는 의미다.

그는 특히 “긱 이코노미(gig economy·기업들이 정규직보다 필요에 따라 계약직 혹은 임시직으로 인력을 채용하는 경향이 커지는 경제) 하의 근로자들이 전통적인 연금과 다른 정부 수당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근로자들은 더 많은 유연성을 갖게 됐지만, 사회 전반으로 보면 회사와 임직원 사이의 관계를 상당 부분 잃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흐름이 급격한 임금 인상의 주요 요인이라는 게 그의 얘기다.

핑크 회장은 “현재 상황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폭등)을 부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인플레이션은 지속하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장은 1970년대 초인플레이션이 온 이후 30~40년간 물가가 떨어지는데 익숙해져 있는데, 예기치 못한 인플레이션이 덮칠 경우 충격은 클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에 대한 금융시장 투자자들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핑크 회장은 ESG 투자 열풍을 주도하는 인사로도 유명하다. 그는 “세계는 아직 그린 에너지로 전환할 적절한 계획이 부족하다”며 “주요 은행들이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대출을 끊고 있는 것은 단기적인 초인플레이션을 촉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흐름은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같은 거대한 탄소 국가들을 돕는 것”이라며 “탄소에 대한 적절한 대출 수요에 초점을 맞추는 장기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개발도상국들이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향후 30년간 매년 1조달러가 필요하다”며 “그러나 현재 신흥국들은 연 1500억달러 가량을 쓰고 있다”고 했다. 이대로 가면 탄소 중립 사회가 쉽지 않다는 경고다.

◇인플레 두고 월가 빅샷 ‘갑론을박’

한편 총회 이틀째인 이날 나온 주요 빅샷들은 인플레이션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카르멘 라인하트 세계은행(WB) 수석이코노미스트(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를 강하게 표했다. 그는 “최근 물가 급등은 공급망 충격 속에 지속할 수 있다”며 “정책 당국자들은 부양책을 펼 때 경제 회복이 지속가능하도록 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안정화해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핑크 회장과 비슷한 의견이다.

‘연준 2인자’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은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를 거론했다. 클라리다 부의장은 “동료들 대부분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며 “특히 기대인플레이션을 눈여겨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집계를 보면, 향후 1년 인플레이션율은 8월 당시 5.2%로 나타났다. 2013년 집계를 내놓은 이래 최고치다.

반면 브라이언 모이니헌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경제를 괴롭히고 있는 공급망 문제는 몇 달 안에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찰스 샤프 웰스파고 CEO 역시 “공급망 문제는 일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브라이언 모이니헌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최고경영자(CEO)가 12일 오후 12시15분(미국 동부시간 기준) 국제금융협회(IIF)의 연례 멤버십 총회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IIF 멤버십 총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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