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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내가 젊은 구성원들과 라면도 먹고, 재미난 장면을 만들었던 이유는 ‘이천포럼’이야 말로 우리의 변화 방향성을 가리키는 북극성이란 점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최태원 SK그룹 회장)
‘딥체인지’(근본적 혁신)를 위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파격적인 행보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젊은 구성원들과의 소통 접점을 확대하며 딥체인지 경영철학을 한층 속도감 있게 전파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최 회장은 최근 직접 사내 방송에 출연해 ‘라면 먹방(먹는 방송)’을 찍는가 하면, 그룹 대표 지식경영 심포지움 이천포럼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보다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구성원들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5년째 딥체인지 경영철학을 설파해 온 최 회장의 ‘뚝심’이 이제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발현되고 있다는 평가다.
최 회장은 18일 사내 인트라넷 ‘톡톡’을 통해 “변화 자체가 일상인 시간에 우리는 이천포럼을 우리의 미래를 맛보는 참고서로 삼아 성장해 나가야 한다”며 “무엇보다 우리 구성원 한사람 한사람은 이번 이천포럼에서 각자의 전문성과 스스로의 시각으로 탐색하고 연구해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은 이날부터 3일간 내부 구성원, 글로벌 석학,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이천포럼 2020 메인포럼’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이날 포럼 개막에 맞춰 최 회장은 다시 한 번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참여를 적극 독려한 것이다.
이천포럼은 2017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는 SK그룹의 대표 지식경영 심포지움으로 재계에서도 이 같은 형식의 사내 포럼은 흔치 않다. 최 회장은 2016년 확대경영회의에서 처음으로 딥체인지 경영철학을 꺼내든 이후 매년 이천포럼을 통해 딥체인지 내재화에 나서고 있다. 단순 영리만을 추구하는 게 아닌, 사회적 가치 창출로 한계를 넘어 사회와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최 회장의 철학이 담긴 포럼이다. 이천포럼은 이 같은 최 회장의 경영철학 전파에 있어 선봉에 서있다. 올해 이천포럼 주제는 △환경 △일하는 방식의 혁신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행복지도 △사회적 가치 관리 계정(SV Account) 등 5가지다. 과거 이천포럼이 딥체인지의 필요성을 ‘이해’하기 위한 강의 중심이었다면 올해는 이해를 넘어 실질적 방법론을 찾는 토론 중심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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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딥체인지를 중심으로 하는 행사인만큼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주제가 세분화되고 직접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맞춰 최 회장의 행보도 보다 세밀해지는 동시에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달 초 이뤄진 최 회장의 ‘깜짝’ 사내 방송 출연이다. 최 회장은 지난달부터 총 4회의 사내 방송에 직접 출연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모습들을 선보였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모습은 최 회장의 라면 먹방이다. 직접 파를 썰고 라면을 끓인 최 회장이 ‘원샷’을 할 것인지 ‘노(No)원샷’을 할 것인지 기로에 빠지는데 결국 거침없이 한 냄비를 비운다. 이후 이런 자막이 등장한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음식을 남기지 말자.’ 사내 방송을 통해 환경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예능’스럽게 풀어낸 시도다. 이천포럼을 일주일 남짓 남긴 이달 초에도 최 회장은 사내 방송에 출연해 “서버가 다운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적극 참여해달라”고 독려했다.
이 같은 최 회장의 노력에 부응이라도 하듯, 이날 온라인 중계 동시접속자 수가 5000여명을 돌파하는 등 임직원들도 호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포럼 첫날엔 ‘블랙스완’의 저자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교수와 ‘롱 테일 이론’을 제시한 크리스 앤더슨 3D로보틱스 최고경영자(CEO)의 ‘코로나 19 이후 혁신의 진로’에 관한 강연이 진행됐다. 오는 19일에는 ‘혁신 자본’의 공동 저자인 제프 다이어 미국 브리검영대 교수와 네이선 퍼 프랑스 인시아드대 교수의 강연이, 20일엔 미국 아이비리그에서 행복 컨설턴트로 유명한 탈 벤 샤하르의 강연이 이어진다. SK그룹 관계자는 “온라인 상에서 댓글 형태로 질문을 전달하면 이를 강연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해 의견을 교류하는 방식”이라며 “최 회장의 독려에 많은 구성원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해에도 사내 구성원들과 총 100회에 달하는 ‘행복토크’를 진행하며 자신의 경영철학을 내재화하는 데 노력을 기해왔다. 국내와 해외사업장을 포함해 지구 한 바퀴와 맞먹는 3만9580km를 이동했고 행복토크에 참석한 연 인원만 해도 1만1400여명에 달했다. 최 회장은 1회당 평균 144분간 토론하며 구성원들에게 딥체인지를 설파했다. 재계에서도 이 같은 최 회장의 행보를 신선하게 바라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은 국내 재계에서도 가장 선제적으로 사회적 가치 설파에 나서는 등 실험적 도전을 이어오고 있어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며 “매년 변화를 꾀하고 있는 최 회장의 딥체인지가 어떤 식으로 발전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