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고립무원 내몰리는 윤석열, 마이웨이 언제까지

이성기 기자I 2020.06.22 16:48:03

"협력·개혁" 당부 文, 여권 尹사퇴압박에 선 그었지만
취임 1년만에 `우리 총장`서 `눈엣가시`로 급전직하
정치권 외풍에 檢조직 내부 갈등까지…내우외환 형국
"두차례 좌천에도 와신상담…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것"

[이데일리 이성기 김영환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법에 정해진 대로 다음 달 출범할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윤석열(왼쪽) 검찰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 문재인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후속조치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추미애(62·사법연수원 14기)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60·23기)검찰총장에게는 `인권 수사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대로 서로 협력하면서 과감한 개혁 방안을 마련해 국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해 줄 것을 주문했다.

여권(與圈)에서 윤 총장의 거취 문제까지 직접 들고나온 터라 문 대통령의 발언에 정치권 안팎의 이목이 쏠렸지만, `반부패 개혁` `공정사회` 등 집권 후반기 과제를 강조했을 뿐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 재신임을 분명히 했다기 보다는 정치권의 사퇴 논란에는 일단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취임 1년 만에 `우리 총장`에서 `눈엣가시`로 급전직하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8층. 지난해 7월25일 취임한 윤 총장의 집무실이 있는 곳이다. 현행 검찰청법에 따라 2년 임기가 보장된 윤 총장은 1년여를 더 이 곳에 머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형식론이다.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이후 2년 임기를 채운 총장은 8명 뿐이고, 나머지는 이런저런 이유로 중도에 방을 빼야만 했다. 전임자인 문무일(59·18기) 검찰총장은 퇴임을 앞둔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양복 재킷을 벗어 한 손으로 흔들며 `옷 말고 흔드는 손을 보라`고 했다.

임명 당시 `우리 윤 총장`이라 불렸던 윤 총장의 지위는 1년 새 여권의 공적으로 급전직하했다.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국정농단·사법농단 등 적폐청산 수사를 진두지휘한 뒤 고검장을 거치지 않은 첫 검찰 조직 수장으로 직행할 때만 해도 `부정부패 척결, 검찰개혁 적임자`라는 찬사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그다. 그로부터 불과 1년 정도 흐른 지금 윤 총장을 향한 여권의 평가는 180도 바뀌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검찰 개혁을 위한 `환상의 짝꿍`이라던 기대는 허물어진지 오래고, 추 장관과는 사사건건 부딪치며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 1호 국정과제인 검찰개혁 작업 속도는 더딘 반면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 등 현 정권을 정면으로 겨냥한 수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정치권 외풍에 내부 갈등까지…`제 발로 물러나진 않을 것`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된 윤 총장을 향한 여권의 압박 수위는 갈수록 강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 흐름을 보면 총선 이후 176석의 거여(巨與)가 된 더불어민주당이 총대를 메고 공개적으로 포문을 연 모양새다. 당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지만, 최근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윤 총장의 거취 문제까지 직접 들고 나왔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사건 관련 당시 검찰 수사팀의 위증 교사 의혹 진정사건 조사 주체를 두고서도 뒷말이 끊이지 않는다. 대검은 전날 “윤 총장이 `대검 인권부장에게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과 대검 감찰과가 자료를 공유하며 필요한 조사를 하라`고 지휘했다”고 밝히면서 “지휘권을 수용하느냐 아니냐 논란이 있었던 것인데 전례와 규정을 떠나 장관의 생각을 검찰 업무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불필요한 갈등이 확산되는 걸 막고 정면 충돌은 피하기 위한 제스처로 읽혔지만, 정치권 등에서는 측근인 제 식구 감싸기를 위한 월권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성명을 내고 “언론 자유의 범위를 벗어난 명백한 범죄이자 불법행위를 공모한 검·언 유착이 그 본질”이라면서 “무리하게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결정한 것은 일선 수사팀의 사건 수사를 방해하고 여론전을 통해 측근을 보호하려는 꼼수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외풍뿐 아니라 검찰 내부에서도 심상찮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 대검 수뇌부와 수사팀은 검·언 유착 의혹사건 핵심 피의자인 채널A 소속 이모 기자의 구속수사 필요성과 자문단 소집 결정을 두고 이견을 드러냈다. 수사팀은 윤 총장의 측근 검사장이 연루된 의혹을 받는 수사에 제동을 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자문단이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윤 총장의 리더십이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내우외환에 둘러싸인 형국이지만, `내 갈 길을 가겠다`는 윤 총장이 스스로 거취를 표명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검찰 출신 법조계 인사는 “전 정권에서 두 차례나 좌천 인사를 당하고도 와신상담했다”면서 “윤 총장의 성정(性情)으로나 검찰 조직을 위해서라도 정치권의 압박으로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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