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객이 옮긴 돌에 양서류 숨 쉴 그늘 감소
금오름,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 종들 서식
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도, 소극적 대응”
습지 보전방안 수립, 실태점검 등 촉구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제주시 한림읍 금오름 분화구에서 관광객이 무심코 쌓은 돌탑으로 맹꽁이 등 양서류의 서식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금오름 분화구 내 돌탑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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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31일 논평을 내고 “최근 몇 년간 금오름이 각종 매체에 소개되고 사진 명소로 주목받으며 탐방객이 증가했다”며 “이에 따른 오름 훼손 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피부로 호흡하는 양서류는 햇빛을 피하고자 물과 가까운 곳 등에서 서식하지만 그늘이 없는 금오름에서는 화산송이(화산석)가 유일한 그늘막이 된다. 그러나 탐방객들이 무심결에 오름 분화구의 돌들을 옮겨 양서류가 햇빛을 피할 그늘이 줄어든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 제주 금오름 습지에서 서식하는 양서류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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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환경운동연합은 “(금오름 내 금악담은) 유기물이 풍부해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맹꽁이를 비롯한 제주도롱뇽 등 다양한 양서류가 서식하는 곳”이라며 “최근 조사에서 이곳에 서식하는 맹꽁이 330여 개체와 10만여개의 맹꽁이 알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금악담은 금오름 정상부의 분화구 안에 있는 화구호 습지다.
양서류와 파충류는 먹이사슬의 중간자적 위치에 있어 생태계 건강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로 여겨진다. 특히 양서류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발간한 적색자료집에서도 습지 개발에 따른 서식지 파괴로 멸종위기에 처할 확률이 높은 생물군으로 규정돼 있다.
| 제주 금오름 습지에서 햇빛에 노출된 도롱뇽 알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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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제주환경운동연합은 “그간 탐방객 증가에 따른 금오름 훼손 문제가 지적됐지만 제주도는 금오름이 사유지라는 이유로 오름 관리를 강제할 수 없다는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정보호종을 비롯한 생태계 훼손 문제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제주도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화산송이탑을 원상복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안내표지판을 설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금오름 분화구 습지의 보전방안을 수립하고 도내 오름 분화구의 보전관리 실태 점검 등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