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참사 당일 현장에 뒤늦게 도착했다. 대통령실 인근 집회 관리 후 저녁식사를 마친 용산서 인근 식당에서 참사 현장까지 약 2㎞ 거리를 차로 이동하려다 약 1시간이 걸려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하고, 이후엔 파출소 옥상에서 현장을 내려다보는 영상이 공개돼 비판을 받았다.
이 전 서장은 “오후 9시57분경에 녹사평역에 도착해서 당시 현장 관리하던 112상황실장에게 상황을 물었다”며 “사람이 많고 차가 정체되고 있으나 특별한 상황은 없다고 답장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참사 발생 18분 전으로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신고가 서울청 112치안종합상황실에 9건 접수됐던 시점이다.
특히 핼러윈 기간에 서울경찰청에 2번 이상 기동대를 요청했지만, 집회 탓에 지원을 못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서장은 “핼러윈 축제에 대비해 효율적 인파 관리를 위해 기동대를 서울청 주무 부서에 지원 요청했다”며 “당일 집회가 많아 지원이 어렵다고 했고, 서울청장이 재차 검토했지만, 집회 때문에 어려운 것으로 결정된 것으로 보고 받았다”고 했다.
핼러윈 기간 인파운집에 따른 사고 가능성을 짚은 정보보고서와 허위 상황보고서도 도마에 올랐다. 이 전 서장은 정보보고서와 관련, “제가 보고받지 못한 정보 보안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전 서장이 10시20분쯤 현장에 도착해 지휘했다는 상황보고서와 관련해서도 “급박한 상황을 지휘하느라 상황 보고를 챙기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고 허위 작성 의혹을 부인했다.
함께 나온 류미진 총경도 “참사 당일 밤 11시39분경 상황실 직원으로부터 상황보고 전용폰으로 연락을 받았다”며 “그 전에는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류 총경은 당일 서울청 상황관리실에서 자리를 비웠던 데 대해서도 “관례였다”고 했다.
이 전 서장은 “23시에 사고 내용을 알고 그동안 보고를 못 받았다는 건 서장으로서 처참하고 유족과 고인, 국민에게 드릴 말씀이 없다”며 “직에 연연하지 않고 상응하는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류 총경도 “당일 상황관리관으로서 성실하게 근무하지 못한 부분 가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돌아가신 분들과 유족, 국민께 죄송하다”고 울먹였다.
한편 특수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정부조직법상 경찰 지휘·감독 책임자로서 지휘권 범위는 물론 재난안전법상 재난을 예방·수습할 구체적, 직접적인 법적 의무와 책임이 있는지 관련 법리를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 법리 검토 결과 단순히 경찰을 지휘·감독하는 수준을 넘어서 재난 발생에 직접 책임을 지는 당사자로 인정되면 직무유기는 물론 참사 발생과 인과관계까지 인정된다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적용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