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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율이 저조하게 나타나자 복지부는 이달 중 추가 모집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전공의들은 냉담한 반응이다.
서울의 한 수련병원에서 사직한 전공의 A씨는 “주변 지인들 모두 수련 현장을 완전히 떠나서 ‘가을턴’(9월 인턴+레지던트) 관련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다”며 “접수 마감이 언제까지인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수도권 수련병원 전공의 B씨는 “1년 정도 쉬고 나면 상황이 어떻게든 정리되지 않겠는가”라며 하반기 복귀에는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주변에서는 개원하거나 개원시장으로 가거나, 외국계 제약회사·대기업 등으로 취업을 알아보는 선후배들도 있다”며 “정부의 의대 증원 강행에 우리(전공의)는 병원을 나온 것이고 이제는 각자 살길 찾자는 분위기”라고 했다.
무엇보다 전공의들의 의견이 정부 정책에 반영되지 않았으니 돌아갈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 많다. 서울의 다른 수련병원에서 사직한 전공의 C씨는 “처음에 사직하고 나올 때의 목표(의대 증원 재검토)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으니 가을턴으로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해외 의료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최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싱가포르 보건부 산하 기관이 주최한 해외 의료인 채용 설명회에는 300여명의 의사·간호사가 몰렸다. 이중 전공의가 200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까지도 전공의 공백 사태가 장기화할 때에는 남성 전공의 사이에선 ‘군입대 러시’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매년 3월 군의관 700~800명, 공보의 250~500명 등 최대 1300여명을 배치한다. 하지만 현재로선 3400여명이 입영 대상자로 추정되면서 절반 이상이 군입대도 불가능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반면 현장으로 복귀를 준비하는 전공의도 있다. 지방 수련병원 전공의 D씨는 “지금 당장에는 돌아갈 수 없지만, 전문의 시험을 치르게 해주면 바로 응시할 생각”이라며 “올해 레지던트 4년차인 만큼 전문의 자격증을 따는 게 미래를 위해서라도 최우선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현재 의료계는 전공의들의 대거 이탈로 대형병원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이로 인한 진료·수술 환자들의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정부가 앞으로 수가 현실화 등 의료계 입장을 좀 더 전향적으로 수용하면 좋겠다.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으면 병원이 예전처럼 정상화되기는 어렵고 환자들이 불편을 겪는 의료 공백 사태는 내년 초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