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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 배로 원유 옮긴다…호르무즈 수출 살렸지만 운임 10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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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기자I 2026.09.21 1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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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호르무즈 원유수출 하루 650만배럴…6월 휴전 직후 이후 최대
오만만 해상 환적 250만배럴 전망…호르무즈 통과 물량의 약 40%
걸프→중국 VLCC 운임 배럴당 30달러 넘어…원유 가격의 4분의 1 이상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수송이 차질을 빚자 중동 산유국들이 오만 앞바다에서 유조선끼리 원유를 옮겨 싣는 해상 환적을 크게 늘리고 있다. 이 방식으로 호르무즈를 통한 원유 수출은 이달 하루 650만배럴까지 회복했지만 중국행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운임은 배럴당 3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로 치솟았다.

원유수송선. (사진=연합뉴스)
원유수송선. (사진=연합뉴스)
21일 로이터통신의 에너지 칼럼니스트 론 부소가 원자재 정보업체 케이플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달 들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출은 하루 약 650만배럴을 기록했다. 6월 휴전 직후 일시적으로 수출이 급증했던 시기를 제외하면 전쟁 발발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수출을 떠받친 것은 선박 대 선박(STS) 환적이다. 유조선이 걸프 지역에서 원유를 싣고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온 뒤 상대적으로 안전한 오만만에서 대형 유조선에 원유를 옮겨 싣는다. 원유를 넘겨받은 선박은 주로 아시아 정유시설로 향하고, 첫 번째 유조선은 다시 걸프 지역으로 돌아가 같은 운송을 반복한다.

한 척의 유조선이 아시아까지 수주간 왕복하는 대신 호르무즈 안팎을 오가도록 해 위험 해역을 통과하는 횟수와 거리를 줄이는 방식이다. 미국 해군의 보호를 받으며 오만 해안을 따라 조성된 좁은 항로로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유조선도 늘고 있다. 이들 선박은 항해 시스템을 끈 채 이동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란과 미국·이스라엘의 충돌이 지난 2월 시작되기 전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원유는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5분의 1에 달했다. 이란이 해협을 봉쇄하자 선박 운항이 급감했고 산유국들은 가능한 물량을 다른 항로로 돌리거나 생산량을 줄여야 했다.

전쟁 지역을 통과하려는 선주도 크게 줄었다. 위험을 감수하고 호르무즈를 운항하는 선박들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수준의 높은 운임을 요구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는 유조선 부족에 대응해 지난 4월부터 STS 방식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유조선을 걸프 지역과 오만만 사이를 오가는 셔틀로 투입하고 오만만에서 원유를 대형 선박으로 옮겨 아시아 등 최종 목적지로 보내는 방식이다.

제한된 유조선을 반복 투입하면서 UAE는 원유 수출을 유지할 수 있었다. 케이플러는 UAE의 9월 원유 수출량이 하루 360만배럴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하루 평균 340만배럴보다 많다.

비상수단으로 시작한 해상 환적은 이제 중동 원유 수송의 주요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도 최근 STS 활용을 늘리고 있다. 홍해를 통한 대체 수출 경로까지 차질을 빚으면서다.

예멘의 친이란 후티 세력은 최근 홍해 남쪽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라크의 친이란 무장세력은 지난 10일 사우디 동서횡단 송유관을 공격했다. 이 송유관을 통해 홍해 연안 얀부항으로 운송되던 물량은 세계 원유 공급의 약 4%에 달했다.

공급 우려가 커지면서 브렌트유는 지난주 배럴당 108달러를 넘어섰다. 이후 사우디가 오만을 거치는 STS 방식으로 수출을 이어가겠다고 구매자들에게 통보하면서 공급 우려가 일부 완화됐다.

다른 중동 산유국들도 해상 환적에 가세했다. 케이플러는 9월 오만만에서 STS 방식으로 선적되는 원유가 하루 약 250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8월 하루 140만배럴보다 79%가량 늘어난 규모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의 약 40%에 해당한다. 전쟁 전에는 이 지역에서 STS 방식이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해상 환적이 더 큰 공급 충격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비용은 급증했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걸프 지역에서 중국으로 원유를 운송하는 VLCC의 기준 운임은 최근 배럴당 3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재 원유 가격이 배럴당 약 105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운송비만 원유 가격의 4분의 1을 웃돈다. 전쟁 전에는 운송비 비중이 2~3%에 불과했다. 비중을 기준으로 보면 10배 안팎으로 높아진 셈이다.

STS 방식은 환적할 때마다 선박과 시간, 비용이 추가로 필요하다. 중동 산유국들은 높은 운송비에도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원유 할인 폭을 확대하면서 비용의 일부를 떠안고 있다. 오만만에서 해상 환적에 투입되는 유조선이 늘면서 다른 지역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선박도 줄어 글로벌 해상운임을 밀어 올리고 있다.

케샤브 로키야 하이로애널리틱스 최고경영자(CEO)는 “석유 생산업체에서 유조선 선주로 이뤄지는 가장 큰 부의 이전 가운데 하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부소 칼럼니스트는 중동 원유시장이 지정학적 충격으로 멈춰서기보다 새로운 물류망을 만들어 적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군함의 호위와 임시 해상 환적 거점, 기존에 대규모 원유 수송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우회로에 의존하면서 중동 원유 교역의 비용과 비효율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쟁이 장기화하고 기존 수송로에 대한 위협이 늘어날수록 세계 원유 공급망의 비용 부담과 취약성도 커질 수 있다는 게 부소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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