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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수산업자 로비 의혹' 警→檢→공수처로?…"형사사법체계 비효율"

남궁민관 기자I 2021.07.13 17:17:49

수사 대상·혐의 등에 따라 警·檢·공수처 사무 관할 규정
가짜 수산업자 의혹 연루자, 세 기관 모두서 수사 받을 수도
이미 공수처-檢 간 이첩 기준 두고 수차례 갈등
"결국 국민 세금 낭비…인권 침해 논란도 불가피"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가짜 수산업자’ 김모 씨의 전방위 로비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그 수사 결과에 따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첩될지, 검찰에 송치될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상황에 따라 경찰에 이어 검찰, 그리고 다시 공수처로 사건이 넘어갈 가능성도 있어, 그간 법조계에서 우려했던 형사사법체계의 비효율성이 현실로 드러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가짜 수산업자’ 김모 씨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외제차를 탄 자신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씨의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지난 12일까지 현직 검경 간부를 비롯한 7명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현재 경찰이 확보한 김 씨의 선물 명단에는 이미 논란이 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는 물론 여·야 정치인 다수가 포함돼 있어 향후 여러 유력 인사들이 경찰의 수사 대상에 추가로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까지 경찰이 김 씨로부터 고급 수산물을 선물 받은 정황을 포착한 인원은 28명으로 향후 수사에 따라 입건 인원이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사실 관계에 따라 일단 금품 공여자인 김 씨를 포함해 7명의 피의자들에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지만, 법조계에서는 수사 경과에 따라 언제든 뇌물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뇌물죄가 입증된다면 사건은 곧장 공수처로 이첩된다. 공수처의 수사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청탁금지법과 달리 뇌물죄는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경찰이 뇌물죄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이들은 그대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로 송치된다. 검찰은 경찰 송치 내용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게 되는데, 수사 과정에서 뇌물죄 적용 여지가 발견될 경우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설 수도 있다. 검찰이 직접 수사 권한을 가진 ‘6대 범죄’에는 고위공직자 범죄가 포함돼 있다. 다만 검찰 역시 뇌물죄를 입증하는 동시에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해야 한다.

즉 이미 입건된 현직 검경 간부 및 언론인 외에 향후 입건될 가능성이 높은 정치인 등은 뇌물죄 적용 여부에 따라 최악의 경우 경찰→검찰→공수처까지 3개 수사 기관에서 여러 차례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셈이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경찰은 금품에 대한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경찰이 뇌물죄까지 입증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이 뇌물죄 입증을 위한 직접 수사에 돌입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뇌물죄가 입증되면 곧장 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 이런 비효율이 어디 있나”라고 꼬집었다.

법조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법 등 현행 형사사법체계의 문제점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며 최근 공수처와 검찰 간 검사 사건 이첩 기준을 놓고 벌어진 갈등 구도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한다.

고검장 출신 한 변호사는 “실제로 수사를 진행하다 보면 초기에 이 사건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또 죄명은 어떻게 바뀔지 예상하기 쉽지 않다. 결국 입법자들이 결과론으로 공수처와 검찰, 경찰의 사물 관할(업무영역)을 나눠 놓으니 이런 불합리가 벌어진 것”이라며 “수사 기관끼리 매번 공문을 보내 이첩하고 재이첩하는 것은 그야말로 낭비일 뿐 아니라 경찰과 검찰, 공수처에 각각 따로 불려다녀야 하는 피의자들 입장에선 인권 침해 논란 역시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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