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현지시간)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가 발간한 ‘사이버 능력과 국력: 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15개 나라 중 미국이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 연구소가 평가 기준으로 삼은 건 정보 및 보안 기능의 성숙도, 사이버 공간에서의 리더십, 사이버 공격 능력 등 7가지 지표다.
미국은 사이버 능력 면에서 최상층에 속하는 유일한 국가로 평가됐다. 중국은 호주와 캐나다, 프랑스, 이스라엘, 러시아, 영국 등 7개국과 함께 2군으로 분류됐다. 중국은 적어도 10년간 사이버 역량에서 미국에 필적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3군에는 일본과 북한, 베트남, 인도네시아, 이란, 인도 등 7개국이 속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도나 일본 등 전통적 강대국들이 사이버 역량에서 밀려나고 이스라엘이나 호주 등이 사이버 기술을 축적해 이류로 올라왔다”고 평가했다.
|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 시스템인 ‘만리장화벽’이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자국 내 인터넷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정보를 제한하는 데 집중하면서 전반적인 네트워크 보안에는 신경 쓰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정보 분석력이 떨어지는 점도 약점으로 꼽혔다. 공산당 지도자들의 이념 때문에 정보 분석 능력이 정치적인 목적과 맞물렸기 때문이다.
오스틴 연구원은 “언론 보도가 인공지능(AI) 분야의 글로벌 리더가 되려는 중국의 포부 등 긍정적인 면에만 초점 맞춘 측면이 있다”며 중국의 사이버 역량에 대한 과장된 인식에 기여했다고 꼬집었다.
반면 미국은 디지털 사업 기반과 암호화 전문 지식, 적에 대한 정밀한 사이버 공격 수행 능력 등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미국이 사이버 공간에서 지배력을 형성했으며, 이 힘을 키운 건 파이브 아이즈 등 정보 공유 네트워크라는 설명이다. 파이브 아이즈는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미권 5개국 국가의 기밀정보 동맹체다.
현재의 사이버 공격 양상을 보면 미국이 러시아나 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보다 더 높은 수준의 사이버 보안을 갖춰야 하는 건 당연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의 사이버 보안이 덜 발달한 점이 과연 서방 국가들에게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로버트 해니건 전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 전 관계자는 “러시아와 중국에서 사이버 보안 능력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위협은 대칭적이지 않다”며 서구 사회에서 보안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고서 결론에 대부분 동의하지만 취약한 사이버 보안을 이유로 중국의 사이버 능력을 낮게 봐도 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