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가 리쇼어링 특구가 돼 다시 한 번 산업의 메카가 됐을 때 당당하게 대구·경북 신공항을 ‘박정희 공항’으로 명명하겠습니다.”(천하람 당대표 후보)
28일 오후 대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대구·경북(TK) 합동연설회에선 유독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름이 많이 언급됐다. 당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은 이들 전임 대통령의 기억을 꺼내며 TK 표심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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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지역이 국민의힘에 지니는 의미는 크다. 이번 전당대회에서의 당원 선거인단만 대구 5만6427명, 경북 12만130명 등 전체 21.0%(총 17만6557명)에 달한다.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을 제외하면 최대 규모다. 이들 후보에겐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경북은 꼭 잡아야 하는 요충지인 셈이다.
더욱이 전당대회 경선 일정을 고려해도 이날 합동연설회는 중요하다. 다음달 2일 경기 고양시에서 열리는 수도권 합동연설회와 3일 당대표 후보 TV토론회(채널A)를 마치면 모바일·자동응답전화(ARS) 투표에 돌입해 사실상 마지막 대형 이벤트기 때문이다.
이날 연설회 열기도 뜨거웠다. 주요 당직자와 당원 등 참석 인원은 당 추산 5000명가량에 달했다. 이날 마련된 자리가 3000여석이 모자라 서있거나 연설회장 밖에서 장외 응원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꽹과리와 장구, 확성기 사용이 금지됐지만 당원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목청껏 응원하며 열기를 더했다.
당 지도부도 일제강점기 국채보상운동과 6·25 전쟁 당시 낙동강 방어선 등을 언급하며 “대구·경북 당원 동지야말로 대한민국에 남은 ‘마지막 12척의 배”(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나라가, 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마지막까지 남아 지켜낸 자랑스러운 고향”(주호영 원내대표)이라고 대구·경북을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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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후보는 “대구·경북은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든 산업화의 주역, 위대한 박정희 대통령을 배출한 곳”이라며 “대구·경북에서 산업을 육성하려면 대통령과 중앙정부, 당, 여러분과 호흡할 수 있는 당대표, 저 김기현이 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연대를 강조한 그는 나경원 전 의원과 함께 연설회장에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황교안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 우리 당 많은 국회의원이 당을 버리고 떠났지만 여러분과 함께 그 아픔과 고통을 함께했다”며 “촛불 세력의 온갖 협박에도 굴하지 않았지만 그 시절 여기 있는 후보들은 과연 무엇을 했느냐”고 저격했다.
안철수 후보는 뿌리가 경북 영주에 있고 코로나19 당시 대구에서 의료 봉사했다면서 대구·경북과의 인연을 피력하는 동시에 “대통령과 우리 당을 악질적으로 공격하는 이재명 호위 부대를 척결하겠다”고 역설했다.
최고위원 후보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저를 대한민국으로 불러주고 따뜻하게 맞아줬다, 지금도 눈물이 난다”(태영호 후보)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될 때 똑같이 갚아주겠다고 생각했다”(정미경 후보) 등 박근혜 전 대통령을 소환했다.
비윤계로 분류되는 허은아 후보는 “박근혜 당시 당대표는 총재 시대의 종식과 집단지도체제로의 새로운 시대 전환을 상징한다, 근시안적으로 권력을 탐하지 않고 보수의 승리를 그렸다”고 공에 주목하기도 했다. 김용태 후보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말했던 유승민 전 의원과, 동시에 복지 확대를 고민했던 박 전 대통령의 생각을 “모두 존중한다”면서 “건강한 비판 담론을 내세운 동지를 배신자로 낙인찍기보다 더 넓은 논의의 장을 만들어 합리적 대안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安 “김기현 체제론 野공세 못 버텨” 黃 “총선 참패 늪 될 수도”
전당대회가 다가오면서 네거티브전도 과열 양상을 보였다. 김기현 후보의 ‘울산 KTX 역세권 땅 투기 의혹’이 거듭 제기됐다. 안철수 후보는 도덕성을 문제 삼아 “김기현 체제론 대통령을, 김기현 후보를 향한 (민주당의) 공세도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했고 황 후보도 “민주당이 비리를 까발리면서 우리 당을 총선 참패의 늪으로 떠밀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결백함을 강조하며 “허무맹랑한 궤변을 그만하고 그 시간에 민주당·이재명 대표와 맞장 떠 싸워줬으면 좋겠다”고 맞받아쳤다.
천하람 후보는 자신의 향해 공격이 이어지는 데 대해 “‘천하람 비판’이 잘 팔려 뉴스거리가 된다”며 “지금 전당대회 핵심은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후보)이라는 것을 알고 여기에 배제된 후보가 우리를 때리며 억지로 프레임에 들어오려는 모양새”라고 선을 그었다.
청년 최고위원 후보들도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이기인 후보는 장예찬 후보의 ‘박정희 대통령 독재자·영남 꼴통’ 발언을 꺼내며 “대구의 정신이 담긴 이 정당을 지키고 지금보다 더 건강한 보수를 만들겠다”고 내세웠다.
장예찬 후보는 “사사건건 윤석열 정부의 발목을 잡는 민주당과 호시탐탐 대통령 흔들 구실을 찾는 이준석 졸개들, 서울 도심을 마비시키는 민노총에 대해 제가 앞장서서 싸우겠다”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지하는 이기인 후보를 저격했다. 김정식 후보도 “자꾸 (당내) 분열을 일으키는 세력이 있는데 그들이 말하는 개혁이 무엇인지 도저히 모르겠다”도 거들었다.
장예찬 후보의 ‘웹소설 논란’에 대해 이기인 후보는 ”당 윤리위 가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다“고 거듭 장 후보를 압박했고 장 후보는 ”(상대 후보가) 네거티브 아니면 답 없다는 절박함이 느껴진다“고 이미 입장을 밝혔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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