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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창, 美겨냥 "보호무역주의 반대" …中 개혁·개방 약속

김겨레 기자I 2023.03.30 17:21:35

'시진핑 복심' 리창 中 신임총리, 보아오포럼 기조연설
"신냉전체제·디커플링 반대" 美 비난
개도국 지위 박탈 법안 철회 촉구
"세상 어떻게 변하든 개방·개혁" 약속

[홍콩=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3기 시진핑 정권의 2인자 리창 신임 중국 국무원 총리가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에서 미국을 견제하는 발언으로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리 총리는 올해 중국 경제 회복을 자신하며 개혁·개방을 약속했다. 그는 경기 부양을 위해 해외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는 동시에 중국이 신냉전 체제 ‘평화의 닻’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리창 중국 신임 총리가 30일(현지시간) 중국 하이난성 보아오에서 열린 보아오 아시아 포럼 연차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을 취재진이 시청하고 있다. (사진=AFP)
◇美 향해 “보호무역주의 반대”…개도국 지위 박탈도 비판

리 총리는 30일(현지시간) 중국 남부 하이난성에서 열린 보아오 아시아 포럼 연차총회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보호무역주의와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반대한다”며 “전 세계 산업과 공급망이 원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연설은 그가 지난 11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회의에서 국무원 총리에 선출된 뒤 나선 첫 대중 공개 연설이다.

리 총리는 미국을 겨냥해 “우리는 신냉전 체제에 반대하며, 일방적인 제재와 확대관할권 남용을 반대한다”고 했다. 확대관할권이란 국내 재판관할권을 피해가 예상되는 해외 지역까지 확대 적용하는 미국의 규정이다. 최근 미국이 중국의 기술 발전을 억제하기 위해 내놓은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중국은 여전히 개발도상국”이라고 못 박으며 미국 하원이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중국의 개발도상국 지위 박탈 법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낮아 국제사회에서 개도국으로 분류됐다. 개도국 지위가 박탈되면 각종 규제 완화 혜택과 금융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경제 회복 자신감…“3월, 1·2월보다 나을 것” 낙관

리 총리는 중국 경제가 코로나19의 여파에서 벗어나 △내수 확대 △해외 자본 유치 △금융 시스템 보호를 통해 회복할 것이라는 자신감도 드러냈다.

그는 “소비와 투자에 대한 주요 지표는 계속해서 개선되고 있고 고용과 물가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시장 기대치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 1월과 2월의 데이터보다 3월은 훨씬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1~2월 중국의 소매판매는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로 7조7067억위안(약 1455조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5% 증가했다. 산업생산 증가율도 전년 동기 대비 2.4%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9월 이후 처음 반등했다. 3월에 나올 경제지표는 이보다 더 개선된 상황을 보일 것이라 강조한 것이다.

지난해 중국은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5.5% 안팎’에 미치지 못하는 3.0%의 성적표를 내놨다. 올해는 시진핑 집권 3기를 맞아 안정적인 성장률 목표인 5%를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리 총리는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 있도록 개혁·개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호소했다. 그는 “우리는 보다 역동적인 성장을 추구하며 동시에 세계 경제 회복에 더 많은 확신을 불어넣기 위해 누구와도 손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미다. 리 총리는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우리는 항상 개혁과 개방을 견지하고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며 “시장 접근을 늘리고 국제 투자를 장려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의 발전이 아시아 경제 성장에 강력한 모멘텀을 가져올 것”이라며 “각국이 중국 발전의 기회를 공유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27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발전고위급포럼에서도 다국적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개방을 약속했다. 블룸버그는 리창 총리가 외국 기업 CEO들에게 레드카펫을 깔았다고 평했다.

한편 리 총리는 “중국에 시스템적인 금융 위험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으로 촉발될 수 있는 위기를 중국 당국이 면밀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평화 중재자 자처한 중국…“신냉전 반대”

리 총리는 평화 중재자로서 중국의 역할을 자처하며 아시아의 결집을 유도했다. 그는 “우리는 세계 평화의 건설자이자 세계 질서의 수호자”라며 “아시아의 번영이 평화와 안정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중국이 노력하고 있음을 암시하며 중국을 지정학의 책임 있는 주체이자 평화 옹호자라고 일컬었다.

리 총리는 “아시아에서 ‘혼돈과 갈등’이 일어나서는 안 되며 중국은 세계 평화의 닻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가 지금 (신냉전의) 갈림길에 있으며 인류를 위한 안정적인 발전과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리 총리는 이날 연설에 앞서 크리스티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도 만나 중국의 개방과 다자주의, 글로벌화에 대한 확고한 지지와 협력을 강조했다

보아오포럼이 전 세계적 무대긴 하지만 리 총리의 이번 연설은 중국과 외교적·경제적으로 가까운 아시아 국가를 결집시키기 위한 의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 총리는 특히 ‘글로벌 불확실성’이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를 두고 지정학적 긴장과 금융 혼란 사이에서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서 안정적 역할을 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보아오포럼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4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렸다. 올해는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등 각국 정상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 최태원 SK회장을 비롯한 경제계 인사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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