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20대 A씨는 최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모임에서도 빠지는 등 나름 사람들과 거리를 두며 조심히 살아왔던 그였다. A씨는 “확진자가 발생해 인력이 빠지게 되면 남아 있는 사람이 고생하는 것을 알기에 다들 몸을 사리고 있지만, (바이러스가 퍼지는 건) 시간문제인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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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대확산으로 이틀 연속 하루 확진자 9만명을 넘기는 등 확산세가 커짐에 따라 국내 ‘코로나19 청정 구역’은 사라졌다. 경찰·소방부터 비교적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의료계까지 오미크론이 번지면서 사회 필수 인프라가 마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경기 지역의 소방서에 근무하는 30대 김모씨는 “확진자가 발생하면 비번자들까지 불러 코로나1 검사를 하게끔 돼 있어 오미크론이 더 확산하지 않게 절차가 돼 있다”며 “그럼에도 확진자가 계속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 지역의 또 다른 소방관계자는 “확진으로 인력이 빠지면 출동 나갔을 때도 손이 부족해지기 마련”이라며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는 경찰의 모습도 비슷하다. 곳곳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치안 공백’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인천의 한 파출소에서 소속 경찰관 35명 중 19명이 확진되는 등 확산세가 일선 지구대·파출소까지 뻗어 나가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 경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서울 지역 모든 경찰서가 난리다. 특히 수사부에서 인력이 코로나19 확진이 되면 수사에 차질을 빚어져 상황이 어렵게 돌아간다”며 “인력이 모자란 팀에 코로나19 확진자까지 나오면 정말 치안 업무가 마비되는 상황도 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일선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B순경 역시 “최근 인천의 파출소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모든 지구대·파출소가 비상사태”라고 전했다.
◇의료계마저 ‘비상’…전문가 “거리두기 완화 섣불러”
비교적 ‘안전지대’로 알려졌던 의료계마저 코로나19가 번졌다.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대학병원 의료진 중에도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응급실을 폐쇄하거나 수술 일정을 연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진료과에서 의료진이 확진되면 외래가 없는 의료진이 대진을 보는 상황”이라며 “아무래도 남아 있는 의료진들의 업무부담이 증가하고, 외래가 밀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환자들은 증상이 있으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의료기관이기 때문에 의료기관 종사자들이 감염될 가능성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동네 의원급들은 특히 보호장구 측면에서 취약한 환경에 놓여 있어 반복적으로 감염위기에 노출될 수밖에 없고, 다른 의료 공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찰과 소방, 의료계 등 각계에서는 코로나19 비상 대응 체계를 수립해 근무체계를 재편성하고, 인력들을 추가로 투입하는 등 대응할 계획이다. 하지만 예측할 수 없이 커지고 있는 확산세가 ‘비상 계획’마저도 집어삼킬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가운데 거리두기 완화를 검토 중인 정부의 대응이 섣부르다고 지적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오미크론으로 확진자 수가 정점을 앞둔 시점에서 거리두기 완화 조처는 섣부르고 도리어 국민의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며 “거리두기 완화는 확산세 상황을 보면서 단계적으로 해야 적절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