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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정규장 종가는 전거래일 종가(1426.9원) 대비 5.3원 오른 1432.2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그간 1400원을 기준으로 등락을 거듭하던 환율이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크게 치솟은 후 1400원대에 안착하는 모양새다.
이같이 ‘계엄 공포’로 인해 환율이 요동치자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한 이들은 자녀를 해외로 유학 보낸 학부모들이다. 내년 1월까지 등록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환율이 급등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아직 등록금을 내지 못한 학부모들은 정국이 안정돼 환율이 내려가길 기다리며 납부 마감 기한까지 버티거나 학교 측에 납부 연기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로 아들을 유학보낸 50대 이모씨는 “아이에게 등록금랑 생활비를 포함해 4만 5000달러(한화 약 6450만원) 정도를 마련해야 하는데, (환율이 올라) 200만원은 넘게 들어가게 됐다”며 “너무 부담이 크다 보니 (원래는 그냥 냈었는데) 학비를 달마다 분할해서 납부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해외에서 원단을 수입해 2차 가공 후 판매하는 소상공인들도 고통을 호소했다. 해외에서 원단을 받아 인형 등을 만드는 한 디자이너는 환율 때문에 재룟값이 오르며 일단 기존에 있던 원단으로 최대한 버티기로 결정했다. 40대 여성 A씨는 “안 그래도 비쌌던 원단이 환율이 오르면서 더 비싸졌다”며 “최대한 마진을 적게 하고 많이 팔아 메우자는 생각인데 이렇게 원가가 오르면 손에 남는 게 없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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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신혼여행을 계획하고 있던 예비부부들 역시 날벼락을 맞았다. 비상계엄에 환율이 널뛰며 내야 할 돈이 상당히 늘었기 때문이다. 내년 2월 중순 두바이·몰디브로 신혼여행을 앞둔 이모(30)씨는 총 7000달러로 계약을 완료했다, 계약 당시 원·달러 환율은 1330원으로 931만원이었다. 계엄 이후 환율이 1440원가량까지 치솟자 이씨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1000만원 가량으로 늘었다. 몇 달 만에 내야 할 금액이 70만원 가량 많아진 것이다.
이씨는 “대부분 여행 달러 계약금은 ‘매매 기준’이 아니라 ‘현찰 살 때’ 기준이라 더 비싼데 지금 이미 현찰 살 때 기준은 환율이 1452원이 됐다”며 “당시 미국이 금리 내린다고 해서 환율이 떨어질 줄 알고 버텼는데 큰 일났다. 지금 1차로 대금 지급을 미룬 상태인데 빠른 시일 내 시국이 안정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들의 바람과 달리 전문가들은 환율이 1500원 이상으로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11일 “이미 원·달러 환율은 1430원을 상회하고 있고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이 환율 상승 속도를 다소 완만하게 할 수는 있을지언정 환율 상승 흐름 자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원화 자산 회피 심리가 지정되지 않을 경우 환율이 1500원 이상으로 상승할 가능성을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