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디자이너 김태근, 블락스 요하닉스에 담은 정치풍자로 토론의 시작점 열다

백지연 기자I 2017.06.07 16:38:08

세 번째 프로젝트 통해 도널드 트럼프·김정은 패러디그래픽 선봬

[이데일리 뷰티in 백지연 기자]

'범상치 않다'라는 표현이 가장 잘 맞는 것 같다. 말투부터 행동, 표정, 눈빛까지 하나하나가 평범하지 않다. 끈기와 열정, 자신감과 당당함으로 가득 찬 것은 물론이고 센스와 유머감각까지 갖췄다. 어느 누가 봐도 범상치 않은 인물, 그는 브랜드 요하닉스(Yohanix)의 김태근 디자이너다.

요하닉스는 요하닉스의 옷을 입었을 때 그 거리의 주인공이 되는 '스트릿 카펫(Street Carpet)'을 지향하고 있다. 정교한 자수와 자체 개발한 프린팅, 시그니쳐 스터드들의 적절한 하모니로 패션 피플 사이에서는 이미 '핫'한 브랜드이다.

김 디자이너는 요하닉스 세컨드 레이블 블락스 요하닉스(Black Yohanix)의 세 번째 서머 프로젝트인 '와이 쏘 시리어스(Why So Serious?)' 진행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요하닉스 쇼룸에서 그를 만나 요하닉스와 세컨드 레이블 블락스 요하닉스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쇼룸에서 김태근 패션디자이너가 블락스 요하닉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고등학생 때 기계를 좋아해서 자동차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자동차는 한 번 나오는데 3,4년 걸리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빠르면서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의상 디자이너의 꿈을 키운 것 같다. 영국 런던에서 대학교를 다니던 중 과제가 과제로만 끝나는 것이 싫었다. 1학년 때는 런던 유명 편집숍에 가서 과제로 제출한 것을 위탁판매했다. 당시 청바지를 판매했는데, 영화배우 주드 로가 사갈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그러던 중 브랜드 미치코 런던의 미치코 코시노 눈에 들어 2학년 때 미치코 런던에서 일을 할 수 있었다. 졸업 후에는 프랑스로 건너가 세계적인 패션 하우스 발망에서 디자이너 생활을 했다."

- 요하닉스 브랜드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발망에서 밤을 새우며 일하면서 이 열정을 내가 만든 내 브랜드에 쏟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발망을 그만두고 브랜드를 내기로 결심했다. 아뜰리에 방식이 하고 싶었는데 한국에서 하기에는 단가가 너무 높아 중국 북경으로 가 팀을 꾸렸다. 원래는 영어 이름인 '요한 킴'으로 브랜드 네임을 하려 했으나 이미 같은 네임의 브랜드가 등록돼 있었다. 당시 브랜드 네임을 Y로 시작하고 X로 끝내고 싶어 요하닉스(Yohanix)로 바꿨다. 그래서 요하닉스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지는 않다."(웃음)

- 세컨드 레이블도 인기가 있다고 들었다. 세컨드 레이블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세컨드 레이블은 블락스 요하닉스이다. 요하닉스의 메인 콘셉트가 스트릿 카펫이었다면, 블락스 요하닉스는 스트릿 캠버스이다. 주고자 하는 메시지나 주제를 옷에 담아서 그 옷을 입으면 길 자체가 갤러리가 되는 유스 컬처를 베이스로 한 것이다. 원래 블락스 요하닉스 전에 와이 요하닉스로 세컨드 레이블을 시작했었다. 사실 메인 라인이 잘되고 있어서 세컨드 라인을 내야 할지 고민했지만 한국 시장을 노리고 싶어서 내게 됐다. 와이 요하닉스를 통해 귀엽고 대중적이면서 컬러풀하고 많이 판매할 수 있는 것을 만들었다. 하지만 본래 하던 것이 아니어서 그런지 남의 옷을 입은 기분이었고 메인 라인의 고객들이 아쉬워했다. 그래서 와이 요하닉스에서 블락스 요하닉스로 바꾼 것이다. 블락스 요하닉스는 와이 요하닉스와 달리 메인 라인과 비슷하고 앞으로도 꾸준하게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

블락스 요하닉스 2017 서머 프로젝트 (사진= 요하닉스 제공)
- 이번 세컨드 레이블 디자인이 파격적인 것 같다. 여기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지.

"이번 주제는 '와이 쏘 시리어스'로 김정은과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메인 그래픽으로 나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군사·전쟁 관련된 뉴스에만 집중하고 심각(So Serious) 할 뿐, 이런 뉴스들로 인해 가려지고 있는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의문(Why)을 두고 있지 않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이유는 사람들이 북한의 핵 문제만 열을 올리면서 얘기할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숨겨져 있는 한 명 한 명의 인권이나 안전, 행복 추구에 대해서 토론을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 롤모델을 꼽는다면.

"멋있으면서도 예술적이 쇼를 하고 싶었다. 존 갈리아노나 알렉산더 맥퀸처럼 뮤지컬스럽고 연극스러운 콘셉트가 강한 쇼를 하고 싶다."

- 쇼를 많이 진행하셨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쇼가 있다면.

"지난해 봄 진행했던 2016 FW 밀란 패션위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곳에서 쇼를 한 건 아시안 디자이너 최초였다. 원래 밀란 패션위크 측에서 중국 디자이너를 초청하고 싶었는데, 관계자들이 중국에 갔다 요하닉스 브랜드를 보고 내가 초청을 받게 됐다. 쇼는 모델들이 두오모 광장에서부터 로만 바스 대중목욕탕을 개조한 갤러리까지 워킹하는 것으로, 굉장히 파격적이고 예술적으로 진행됐다. 그래서 기억에 가장 남는 것 같다."

- 친한 디자이너가 있는지 궁금하다.

"친한 디자이너로는 디그낙(D.GNAK) 강동준, 참스(CHARM'S) 강요한, 무율(MOOYUL) 최무열, 소울팟 스튜디오(SOULPOT STUDIO) 김수진, 문수 권(MUNSOO KWON) 권문수, 비뮈에트(BMUET(TE)) 서병문, 소윙바운더리스(Sewing Boundaries) 하동호가 있다."

요하닉스 2017 FW 컬렉션 (사진= 요하닉스 제공)
- 요하닉스 2017 FW 콘셉트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이번 요하닉스 2017 FW 주제는 '내 꽃은 언제쯤 필 수 있을까'이다. 그래서 쇼 음악으로 가수 이은미의 '꽃'을 선택했다. 사실 이번 쇼를 준비하면서 방황을 많이 했었다. 내가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다 우연치 않게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 다큐멘터리 내용은 한 소녀가 가수가 되고 싶은데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의사가 되어야만 하는 것이었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문득 '내가 배가 불렀구나'라며 반성을 하게 됐다. 그래서 꿈에 대한 얘기를 다시 하고 싶었다. 요즘 어린 친구들은 꿈을 가지고 사는 것이 부질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쇼를 통해) 꿈을 가지고 그 꿈을 이루는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 디자인할 때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는지.

"컬렉션 주제는 주로 내 얘기로 다룬다. 2016 SS 때는 열심히 일을 하다 보니 휴가에 대한 열망이 컸었다. 그래서 페스티벌 '투모로우 랜드'를 주제로 다뤘다. 이전에는 항상 어둡고 강한 것을 했었다가 2016 SS 때는 페스티벌에 맞게 밝고 입기 쉬운 옷을 디자인했더니 예상했던 것보다 인기가 좋았다. 그래서 2016 FW 때는 전에 했던 어두운 것을 해야 할지 밝은 것을 해야 할지 선택에 어려움을 겪어 컬렉션 주제를 '선택 장애'로 잡았었다."

- 최종 목표가 무엇인가.

"요하닉스란 브랜드 이름을 들었을 때 사람들이 패션 하우스라는 느낌이 딱 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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