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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이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법의 이름으로 인간 생명을 박탈하는 사형제도는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주교단은 의견서에서 “극단적 형벌은 강력범죄를 막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없다”면서 “오히려 사형제도 폐지야말로 폭력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는 훌륭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사형제도가 강력범죄 억제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은 헌법재판관님들께서도 잘 알고 계실 것”이라며 “그럼에도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사형제도 존치와 사형집행 재개 주장이 늘어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주교단은 “세계인권선언은 사형제를 생명권을 침해하는 비인간적 형벌로 규정하고 있고, 유엔이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사형폐지를 독려한 지도 벌써 30년이 넘었다”며 “우리나라는 사실상 사형폐지를 넘어 법률적 폐지로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인권 선진국의 큰 걸음을 내딛고 나아가 아시아와 세계의 사형제도 폐지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헌법재판소에서 만들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프란치코 교황이 지난 2019년 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세계사형폐지총회에 보낸 영상 메시지 일부를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무리 최악의 범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그 사람의 존엄성은 상실되지 않는다”며 “그 누구도 고통받고 상처 입은 공동체를 다시 포용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다거나 죽임을 당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사형은 모든 사람들의 생명권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라며 “어떠한 생명도 죽이지 않고 모든 사회의 선을 얻을 수 있도록 각자의 존엄을 인정하는 것은 우리의 책무”라고 했다.
주교단이 헌재에 제출한 ‘사형제도 위헌 결정 호소 의견서’는 지난 3월18일 열린 주교회의 총회에서 당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을 비롯한 27명 현직 주교단 전원이 서명한 것이다.
이들은 지난해 2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가 제기한 사형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의견서는 원래 헌재의 심리가 시작되는 시기에 맞춰 제출하기 위해 기다렸다. 하지만 심리가 열리지 않아 39번째 인권주일과 세계인권선언 72주년 기념일(12월10일)에 맞춰 의견서를 제출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