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5인의 '게임음악 대전'…"당신의 국악에 투표하세요"

장병호 기자I 2024.11.04 18:00:00

국립국악관현악단 '음악 오디세이: 천하제일상'
게임 '천하제일상 거상' BGM, 국악관현악 재탄생
작업 방식·실제 공연 게임 형식 차용해 볼거리
관객 현장 투표로 앙코르 곡 선정하고 상금 수여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로봇 지휘자, 가상현실(VR) 등의 최신 기술을 접목해 관객 참여형 공연을 꾸준히 시도해온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이번엔 온라인 게임을 극장에 소환한다. 오는 29일과 30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이는 관현악시리즈Ⅱ ‘음악 오디세이: 천하제일상’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 관현악시리즈Ⅱ ‘음악 오디세이: 천하제일상’ 기자간담회가 최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게임제작사 AK인터랙티브의 정세훈 이사, 지휘자 김유원, 작곡가 강한뫼, 장태평, 정혁, 성찬경. (사진=국립극장)
이번 공연은 2002년 출시한 MMORPG(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천하제일상 거상’의 배경음악(BGM)을 5명의 작곡가가 새롭게 작·편곡해 선보이는 무대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2021년과 2022년 ‘소소 음악회’를 통해 모바일게임 ‘쿠키런: 킹덤’, ‘크레이지레이싱 카트라이더’의 BGM을 국악관현악 편곡으로 선보인 적 있다. 그러나 전체 공연의 테마를 게임음악으로 꾸미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채치성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장 겸 예술감독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공연은 동시대 관객 소통을 고민해온 악단의 다양한 도전과 협업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라며 “단순한 게임음악 연주를 넘어 게임 개발사와의 적극적인 협력 아래 새로운 창작 영역을 확장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했다”고 공연 취지를 설명했다.

‘천하제일상 거상’은 16세기 동북아시아를 배경으로 무역과 전투를 통해 부를 축적하고 최고의 상인이 되는 과정을 다룬 게임이다. 작곡가 강한뫼, 성찬경, 장태평, 정혁, 홍민웅이 게임 속 5개 필드(조선·일본·대만·중국·인도)의 BGM을 새로운 테마곡으로 구성했다.

작업 방식부터 실제 공연까지 게임 형식을 취한 것이 특징이다. 다섯 작곡가는 랜덤 추천 방식으로 필드를 배정받아 음악 작업을 했다. 완성된 음악은 공연 당일 ‘작곡 대전(對戰)’ 형식으로 펼쳐진다. 실시간 현장 관객 투표로 가장 많은 표를 획득한 작품을 ‘천하제일상’으로 선정한다. 선정 작품엔 공연 당일 앙코르 무대 기회와 함께 상금 600만원을 제공한다.

온라인 게임 ‘천하제일상 거상’ 일러스트. (사진=국립극장)
5명의 작곡가는 실제 ‘천하제일상 거상’ 게임을 즐긴 이부터 게임 문외한까지 다양하게 구성했다. 성찬경 작곡가는 “2002년 초등학생으로 게임을 즐긴 유저로 추억에 젖을 수 있는 작업이었다”며 “국악관현악을 통해서도 다채로운 판타지를 구현할 수 있음을 관객과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강한뫼 작곡가는 “‘천하제일상 거상’ 게임을 해본 적은 없지만 한국적인 게임 BGM을 국악관현악으로 작업하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의 또 다른 볼거리는 한국 전통음악과 일본·대만·중국·인도 전통음악의 만남이다. ‘천하제일상 거상’의 음악은 동북아 각 지역의 전통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게임 개발사 AK인터랙티브의 정세훈 이사는 “20여 년 전 게임을 개발할 당시 작곡가들에게 게임에 등장하는 각 나라의 전통 음계를 차용한 작곡을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작곡가들도 이런 점을 반영해 작업에 임했다. 일본 필드 BGM을 새롭게 작업한 장태평 작곡가는 “일본 전통음악은 한국의 전통음악과 듣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닮지 않아 작업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며 “일본 전통 음계와 유사한 트로트 음계를 차용해 음악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에서 발표하는 작품들은 향후 실제 게임음악으로 쓰일 계획이다. 지휘는 2014년 미국 아스펜 음악제에서 로버트 스파노 지휘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김유원이 맡는다. 김 지휘자는 “다섯 작곡가의 개성이 굉장히 뚜렷하고 곡 자체의 완성도도 높아서 게임음악을 떠나 듣는 재미도 확실한 공연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온라인 게임 ‘천하제일상 거상’ 일러스트. (사진=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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