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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늦더위에 9월 전기사용량 한여름 수준으로…전기료 부담 ‘계속’

김형욱 기자I 2024.09.25 18:57:02

''공급과잉 정전'' 우려했던 전력 당국,
늦더위에 정비 예정 발전력도 ‘영끌’
‘에어컨 사용 계속’ 요금 부담 커질듯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9월 중순까지 이어진 늦더위에 전기사용량이 한여름 수준의 가을 신기록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력 당국의 발 빠른 대응으로 대규모 정전 같은 사고는 없었으나 에어컨을 늦게까지 사용한 기업·가정 소비자의 요금 부담은 8월에 이어 9월 고지서에도 반영될 전망이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달 11일 한때 국내 최대전력수요가 93.2기가와트(GW)까지 늘어나는 등 전기 사용량이 가을 기준 역대급 수치를 기록했다. 추석 연휴 직후인 지난 19일에도 최대전력수요는 한때 88.2GW까지 치솟았다.

8~9월 주간 최대전력수요 발생 실적 최근 3년 비교. (표=산업통상자원부)
9월로는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다. 지난해 여름 최대전력수요가 93.6GW(8월7일)이었는데 가을철로 접어든 9월에 작년 한여름 수준의 전력수요가 발생한 것이다. 9월3주차 들어 최대전력수요가 80GW를 넘어선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늦더위 여파다. 올여름 역대급 폭염을 기록한 데 이어 9월 들어서도 전국적으로 역대 최다인 6일 동안 폭염이 발생했다. 열대야도 4.3일(서울 기준 9일) 발생했다. 특히 서울 기준으로는 마지막 폭염과 열대야가 역대 가장 늦은 9월 18일과 19일에 각각 찾아왔다. 때늦은 폭염이 각 기업과 상점, 가정의 에어컨 사용으로 이어지면서 전기 사용량이 급증한 것이다.

각 기업·상점·가정의 전기요금도 평균적으론 예년보다 크게 늘었을 가능성이 있다. 전기요금은 통상 에어컨 사용량이 많은 7~8월에 집중적으로 늘었다가 가을철인 9~11월 줄어들고 겨울철 난방기 사용 증가와 함께 12~1월 다시 늘어나는 흐름인데, 올해는 에어컨 사용 시점이 9월 초·중순까지 이어졌다.

전력 당국도 이례적 가을 폭염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전력은 저장이 어려운 에너지 특성상 당국이 수요 전망에 맞춰 공급량을 조절해야 공급 부족이나 과잉 공급에 따른 정전 사고를 막을 수 있다.

당국은 8월 중순까지만 해도 공장 가동이 멈추는 추석 연휴를 전후한 전력 사용량 격감에 따른 전력 공급과잉발 정전을 우려했으나, 때늦은 폭염 예보로 전국 발전력을 부랴부랴 여름철 수준으로 유지해야 했다. 통상적으론 전력 수요가 격감하는 9월부터 적잖은 발전기를 멈추고 일제히 점검에 들어가지만, 늦더위 예보 속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지난 8월31일 전력수급상황점검회의에서 18개 발전기의 정비일정을 늦춰 1.4~2.7GW의 발전력을 추가 확보했다.

당국은 이에 힘입어 최대전력수요가 예년 여름 수준(93.2GW)으로 치솟은 9월11일에도 8.6GW의 공급 예비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통상 예비력이 5GW 밑으로 내려가면 전력 수급에 빨간불이 켜진 것으로 본다. 이례적 늦더위로 전력수요가 급증한 9월19일에도 석탄발전기의 출력을 상향하는 동시에 유사시 전력 사용을 멈추기로 약속된 사업장, 신뢰성 수요반응(DR) 자원을 3시간 동안 투입해 9~10GW의 예비력을 유지했다.

그러나 전력 수요·공급(수급) 관리 부담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주 들어 더위는 가셨지만 그만큼 가을철 전력수요 격감에 대비해 공급력 감축을 통한 수급 관리를 준비해야 한다. 이와 함께 때 이른 한파 대비도 필요한 상황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9월 폭염과 같은 이상기후가 앞으로도 빈번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공급량 조절이 어려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증가로 (공급) 변동성도 커진 상황”이라며 “대규모의 안정적 발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전력 믹스 구성과 함께 송·변전설비를 제때 구축하는 게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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