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수놓은 10만개의 불꽃.."고단한 일상 속 위로가 되길"[인터뷰]

하지나 기자I 2024.10.15 18:08:49

㈜한화 글로벌부문 컨텐츠사업팀 윤두연 차장
4월 컨셉 결정, 8월 디자인 완료..준비과정만 1년
스토리라인 짜고 음악배치..박자·선율따라 불꽃 배치
"모든 분들의 기억속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길"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힘들고 고단한 일상 속에서 단 하루, 불꽃의 찬란한 불빛이 누군가에게는 위로와 용기를 주길 바랍니다”

지난 5일 가을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던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한화가 2000년부터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매년 추진하고 있는 세계불꽃축제는 올해로 벌써 20회를 맞이했다.

올해 불꽃축제 주제는 ‘Flashlight(시간의 섬광)’였다. ‘섬광처럼 빛나는 우리의 가장 눈부신 순간’을 메시지로 담아 10만개 이상의 불꽃이 하늘 위로 쏘아 올려졌다.

◇1초에 30프레임 쪼개 불꽃 배치…준비기간만 1년

서울세계불꽃축제는 현재 ㈜한화 글로벌부문 컨텐츠사업팀에서 총괄 담당하고 있다. 총 16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크게 운영 담당과 불꽃 연출 담당으로 나눠서 진행하고 있다.

이 중 ‘불꽃 디자이너’로 알려진 윤두연 차장(사진)의 경우 올해 16년차에 접어들었다. 지난 2012년 여수엑스포 기념 불꽃쇼 디자인을 시작으로 포항, 부산 그리고 서울세계불꽃축제까지 디자인하게 됐다.

2024년 서울세계불꽃축제 모습(사진=㈜한화)
윤 차장은 “불꽃디자인은 단순히 불꽃의 모양과 컬러만 디자인하는 게 아닌 행사장소 및 특성, 계절, 관객의 특성 등을 고려한 컨셉을 설정하고 그에 맞는 음악을 선곡하고 불꽃의 구성, 설치, 발사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30여분간의 불꽃 공연이 만들어지기 위해 준비 과정에만 1년여간의 시간이 소요된다. 윤 차장은 “행사가 종료된 그 해 12월 행사 결과 리뷰를 시작으로 이듬해 1~4월 초청 해외팀 확정과 한국팀 컨셉을 결정하게 되고, 8월까지 디자인이 완료되면 설치전문가들은 작업내역서를 기준으로 불꽃을 준비하고 행사일 약 10일전에 한강선상의 바지선에 세팅을 진행한다”면서 “불꽃쇼가 끝나고 약 4일에 걸쳐 구조물을 철수하는 작업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한화 글로벌부문 컨텐츠사업팀 윤두연 차장(사진=㈜한화)
특히 올해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높은 고도에서 크게 개화하는 타상 불꽃을 많이 배치했다. 윤 차장은 “관람객들이 행사장을 찾지 않아도 먼 곳에서도 불꽃을 즐길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면서 “또 주무대인 원효대교와 한강철교 사이 뿐만 아니라 원효대교와 마포대교 사이에서도 쌍둥이 불꽃을 동시에 터뜨려 더 많은 관람객들이 불꽃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불꽃 축제, 모든 분들에게 아름다운 추억 되길”

노래는 불꽃 공연에 없어서는 안될 요소다. 악동뮤지션 ‘Love Lee’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멜로디에 맞춰 ‘LOVE’ 글자와 하트 모양의 불꽃이 연출됐고, 지코 ‘STOP’의 다이나믹한 선율을 따라 파도가 물결치듯 불꽃이 만들어졌다. ‘내가 늘 바란 건 하나(한화)야’라는 가사가 나오는 비비의 ‘밤양갱’을 선곡해 언어유희를 통한 작은 재미도 선사했다.

그는 “1-4월에 컨셉이 결정되면 주제를 잘 표현할 수 있는 곡을 팀원과 음악감독님 모두 의견을 공유한다”면서 “평소 카페를 가거나 영상을 볼 때 불꽃 연출에 어울릴 것 같은 음악이 나오면 그런 곡들은 모두 플레이리스트에 저장한다”고 귀띔했다.

2024년 서울세계불꽃축제 모습(사진=㈜한화)
이어 “우선 불꽃쇼의 콘셉트를 정해 전체 스토리 라인을 짠 뒤 기승전결을 나눠 한 편의 이야기를 만든 후 거기에 맞게 음악을 배치하고 편집한다”면서 “음악이 정해지면 음악의 박자와 선율에 맞추어 불꽃을 구성하는데, 프로그램을 통해 1초를 30프레임까지 쪼개 화약의 모양, 색, 포지션 등을 정밀하게 계산해 적절한 불꽃을 배치한다”고 설명했다.

윤 차장은 “아이유의 ‘Love wins all’ 에서는 끊임없이 도전해야 하는 힘들고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결국 우리를 결속해 주는 것은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김동률의 ‘동행’에서는 푸르렀던 시간을 지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나아가는 분들에게 서로에 대한 배려와 위로의 시간을 드리고 싶었다”면서 “마지막 ‘봄이와도’라는 노래를 통해서는 삶에 대한 의지와 내 곁에서 나를 응원해주는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되새길 수 있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그는 벌써 내년 10월에 펼쳐질 불꽃 공연을 준비 중이다. 윤 차장은 “올해 불꽃축제를 마치며 불꽃도 다른 작품처럼 ‘예술’로 보여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게 됐다”면서 “어떤 모양의 불꽃을 본 기억보다는 불꽃을 함께 본 사람이 누구였는지, 또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어떤 감정들을 공유했는지 등 시간이 흐른 후 그날을 회상하며 웃을 수 있도록 모든 분들의 기억 속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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